쿠라시노카오리, 향처럼 불리한 카테고리에서 팬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향수 제조를 하시는 분과 브랜드 팬덤 구축에 관련하여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날 받은 질문 하나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향은 팬덤을 만들 수 있는 물건일까요?" 질문을 받은 순간에는 당연히 그렇다고 답했지만, 돌아와 사례를 뒤지면서 생각이 조금 복잡해졌습니다. 향은 브랜드 팬덤의 재료로 보기에 꽤 까다로운 조건을 세 가지나 갖고 있었습니다.
첫째,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팬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의 증거를 필요로 하는데, 향에는 보여줄 실물이 병 하나밖에 없습니다.
둘째, 공유의 언어가 부족합니다. 향의 감상은 극단적으로 사적이라서 "이거 좋더라"에서 대화가 멈추기 쉽고, 사진으로 옮겨도 결국 병 사진이 남습니다.
셋째, 이게 문제인데, 향은 익숙해지면 느껴지지 않습니다. 후각은 같은 자극에 빠르게 순응합니다. 방에 디퓨저를 놓아둔 지 일주일이면 정작 사는 사람은 그 향을 거의 의식하지 못합니다.
세 번째 조건이 왜 치명적인지는 다른 카테고리와 비교하면 선명해집니다. 자동차는 몇 년에 한 번 사지만 강력한 팬덤이 있습니다. 사는 주기가 길어서가 아니라, 소유하고 있는 내내 브랜드를 의식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매일 시동을 걸고, 로고를 보고, 남들이 알아봐 줍니다. 향은 정반대입니다. 사고 나면 그 순간부터 존재감이 옅어지고, 다 쓸 때쯤에야 "아, 떨어졌네" 하고 떠올립니다. 팬덤의 관점에서 향의 진짜 난제는 구매 주기가 아니라 사용하는 동안에도 브랜드가 인지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 조건에서 실제로 고객을 붙잡아 둔 브랜드를 찾아봤습니다. 그중 하나의 브랜드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일본의 라이프 프래그런스 브랜드 쿠라시노카오리(暮らしの香り), 한국어로 옮기면 '생활의 향' 정도가 되는 브랜드입니다.
오늘의 FanCase는 성과를 보여주는 케이스가 아니라 설계도를 읽는 케이스입니다. 쿠라시노카오리 브랜드의 재구매율이나 정기 구독 유지율, 매출, 고객 수는 공개되어 있지 않아서 이 구조가 실제로 얼마나 효과를 냈는지는 저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대신 보이지 않는 향으로 팬덤을 설계하는 설계도를 찾아보는 관점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참조하세요.
쿠라시노카오리는 2021년 11월 도쿄 긴자에 첫 매장을 열었고, 같은 해 야마나카코(山中湖) 숲 속에 제조 거점인 아틀리에를 세웠습니다. 지금은 긴자 메인스토어와 마루노우치점, 다마가와 다카시마야 S·C점, 그리고 야마나카코 아틀리에점까지 네 곳의 실매장을 운영합니다. 브랜드가 스스로 내건 문장은 한 줄입니다. "마음을 위한 일용품(心のための日用品。)" 향수가 아니라 일용품이라고 선언한 이 한 줄이 이후 모든 설계의 출발점이 됩니다.
이 브랜드는 흔히 '70년 역사의 향료 회사가 만든 브랜드'로 소개되지만, 모회사인 주식회사 다이코(株式会社大香)의 실제 이력은 조금 다릅니다. 일본 선향 점유율 1위 기업 니혼코도(日本香堂)의 관련회사로, 공식 사이트에 적힌 사업 내용은 선향과 양초, 성묘용품 기획판매, 향 원료 수입, 니혼코도 제품의 30여 개국 수출, 그리고 유럽·미국 미네랄워터 정규대리점입니다. 향을 다뤄 온 역사는 길지만, 완제품 프래그런스를 자기 손으로 만들어 온 회사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 브랜드의 시작은 감성이 아니라 갈증이었습니다. 사장 고나카 마사야(小仲正也) 씨는 예전 방식의 한계를 이렇게 회고합니다.
"우리가 기획한 것을 거래처에 위탁해 만들고, 한즈나 로프트 같은 잡화점에 도매로 넘기는 형태로 오리지널 상품을 만들 수는 있었습니다. 다만 이것도 결국 남이 만들어 주고 남이 팔아 주는 게 됩니다. 이래서는 우리 안에 향에 관한 지견과 경험이 쌓이지 않는 것 아닌가? 향을 다루는 집으로서 파고들고 싶다고 생각할수록,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것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서, 제대로 우리 언어로 전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 PREMIUM JAPAN 인터뷰(2022.6.6)
이 갈증 때문에 2019년 별도 법인 리빙 위드 센츠(株式会社リヴィングウィズセンツ)를 세우고, 제조부터 소매까지 한 회사가 다 하는 구조로 바꿉니다. 경영 용어로는 수직통합이라고 부르지만, 팬덤의 관점에서 읽으면 이건 감성 전략이 아니라 배관 공사에 가깝습니다.
팬덤을 다룰 때 우리는 보통 "어떻게 좋아하게 만들 것인가"부터 묻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누군가 이미 우리를 좋아하고 있다면, 그 사실이 우리에게 전달될 경로가 있는가 하는 질문입니다. 남이 만들고 남이 팔면 매장 직원의 귀에 들어간 한마디가 도매 단계에서 끊깁니다. 팬은 생겨도 회사는 그걸 모르고, 모르니까 응답할 수 없고, 응답이 없으니 팬은 자기가 팬이라는 걸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팬덤이 자라지 않는 브랜드의 상당수는 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 경로가 없어서입니다. 쿠라시노카오리는 그 문제를 회사 구조를 바꿔서 먼저 해결했습니다.
앞서 말한 향의 첫 번째 난제,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문제를 이 브랜드는 건물로 풀었습니다.
야마나카코 아틀리에는 후지산이 보이는 호숫가 숲 속에 있습니다. 설계 사무소 ALA가 맡았고 도면상 용도는 명확히 공장인데, 요구 조건이 특이했습니다. 생산 시설과 사무실만이 아니라 판매점과 카페, 게스트하우스, 개방된 정원까지 함께 요구됐습니다. 설계자의 기록에 이유가 적혀 있습니다. "'사람의 삶에 다가서는 향'을 브랜드 테마로 삼고 있기 때문에, 그 생산 거점도 공장 같지 않게, 지역에 어우러지고 사람이 모이는 친근한 존재가 되기를 바랐다."
하필 야마나카코였던 이유에 대한 사장의 답은 낭만과 실무가 반씩 섞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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