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코드 - 팬덤을 만들지 않고도, 팬덤의 효용만 가져가는 법
2025년 10월의 어느 날, 영국의 한 맥도날드 팬은 인스타그램에서 낯선 알림 하나를 받습니다. 맥도날드 공식 계정이 자신을 '친한 친구(Close Friends)' 목록에 추가했다는 알림이었습니다. 그 안에는 일반 피드에는 올라오지 않는 비밀 브리핑이 들어 있었습니다. 곧 거대한 '작전'이 시작될 것이며, 당신은 그 작전의 내부자로 선발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며칠 뒤 영국의 미디어 채널 LADbible에는 CCTV처럼 거칠게 찍힌 영상이 '보안 유출' 형식으로 올라옵니다. 정체불명의 화물이 어딘가로 옮겨지는 장면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추측하기 시작했습니다. 맥도날드가 대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 거지?
답은 곧 공개됐습니다. 맥도날드는 전 세계 매장에서만 팔던 인기 메뉴 여덟 개를 '훔쳐서(Heist)' 영국으로 들여오는 중이었습니다. 일본의 갈릭 블랙페퍼 맥너겟, 호주의 파인애플 맥스파이시, UAE의 맥앤치즈 트라이앵글 같은, 영국 팬들이 수년간 SNS에서 부러워하던 바로 그 메뉴들이었습니다. 캠페인의 이름은 'World Menu Heist(세계 메뉴 강탈 작전)'.
그런데 제가 이 캠페인 앞에서 가장 오래 멈춰 선 지점은 조금 의외의 것이었습니다. 맥도날드에는 적어도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의미의 '팬덤'이 없습니다. 가입된 커뮤니티도, 관리되는 팬클럽도, 계속 굴러가는 자생 조직도 아닙니다. 그런데 이 캠페인은 마치 두터운 팬덤을 거느린 브랜드처럼 움직였습니다. 팬은 추측하고, 자랑하고, 줄을 서고,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퍼뜨렸습니다.
정확하게 구분하면 맥도날드에 있었던 것은 '팬덤'이 아니라 '팬 정서'였습니다.
정서는 흩어진 개인의 욕망입니다. "나도 일본 맥너겟을 먹어보고 싶다", "왜 저 메뉴는 한국에만 있을까" 같은, 서로 연결되지 않은 개별적 바람입니다. 반면 팬덤은 조직된 관계망입니다. 팬끼리 서로를 알아보고, 위계가 있고, 함께 무언가를 만들며, 스스로 굴러갑니다. 이른바 '맥도날드 투어리즘'이라 불리던, 해외 매장의 한정 메뉴를 찾아다니는 현상은 분명 존재했지만, 그것은 커뮤니티가 아니라 분산된 소비 정서였을 뿐입니다.
맥도날드가 한 일은, 그 흩어진 정서를 향해 팬덤의 문법을 빌려준 것입니다. 팬에게 '팬덤처럼 소통하는 경험', 내부자만 듣는 귓속말, 함께 추측하는 떡밥, 같이 가담하는 작전을 제공한 것입니다.
저는 이것을 '팬덤코드(Fandom Code)'라고 정의합니다. 팬덤을 구축하거나 운영하는 대신 팬덤의 문법만 빌려 그 효용을 가져오는 전략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팬덤코드가 빌리는 것은 단지 말의 방식만이 아닙니다. 참여와 경험까지를 포함한 팬덤의 문법 전체입니다. 맥도날드는 메시지를 보낸 게 아니라,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먼저 이 캠페인이 깨뜨린 프레임부터 짚어야 합니다.
해외 인기 메뉴를 국내에 출시하는 일은 그 자체로는 전혀 새롭지 않습니다. 어느 프랜차이즈나 하는 일입니다. 보통의 브랜드라면 이렇게 말했을 겁니다. "고객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해외에서 사랑받던 인기 메뉴 8종을 한정 출시합니다." 공급자가 베풀고, 소비자는 받습니다. 깔끔하지만, 아무도 흥분하지 않는 문장입니다.
맥도날드 영국과 에이전시 레오 버넷(Leo UK)은 정확히 같은 사실(해외 메뉴 8종 출시)을 정반대의 문장으로 바꿔놓았습니다. "우리가 전 세계 매장에서 인기 메뉴를 훔쳐 영국으로 밀반입한다. 당신도 이 강탈 작전의 공범이 되어라."
같은 사실,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 서사의 전환이 결정적입니다. 팬덤이 강력한 이유 중 하나는 팬에게 '다음 화가 궁금한 이야기'를 쥐여주기 때문입니다. 떡밥이 뿌려지고, 단서가 해독되고, 사건이 전개됩니다. 맥도날드는 팬덤을 만들지 않고도 바로 그 이야기의 문법만 빌려와, 단순한 '출시'를 '진행 중인 작전'으로 바꿨습니다.
World Menu Heist를 팬덤코드의 관점으로 살펴보면, 맥도날드가 빌려 쓴 코드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그리고 그 코드들이 하나같이 '말'이 아니라 '경험'의 형태로 전달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