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9
취업준비는 당분간 때려치우자고 다짐하자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취업준비 기간은 색으로 따지면 가장 어두운 회색과 같다. 그러니 직접 바라볼 오색빛깔을 만들기 위해 컬러리스트 기사를 공부했다. 오랜만에 공부하니 신이 나서 맨날 문제은행만 들여다봤더니 그 길로 필기장까지 가서 합격점을 보고 나왔다. 그러고 며칠 뒤에 건축제도응용기능사 필기를 보러 갔더니 또 붙었다. 서류는 100개 가까이 떨어졌는데 시험은 잘만 붙네?
자격증 따기 놀이는 내가 초등학교 때부터 좋아하던 것이다. 나는 내가 가진 능력을 물건으로 환산하는 것을 좋아했다. 자전거 자격증, 컴퓨터 자격증, 어린이 번역사 자격증 등등 형형색색의 자격증 사진에는 웃음을 참는 내 얼굴이 찍혀있거나 붙어있었다. 자격증 수첩에 자격증 카드가 쌓이면 그게 마치 내 자신감인 것 같아서 매일 밤 펼쳐보고, 개수를 세고서 서랍에 다시 넣어두었다.
일기장도 20권을 모았다. 매일의 나를 기억하려면 글 만한 게 없었고, 일기는 내가 살아왔던 것을 스스로에게 증명한 것만 같았다. 바카라, 영화, 드라마를 보면 길던 짧던 글로 남겼다. 봤던 것을 잊게 되면 사라지는 것 같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서른이 넘어 초등학교 때 ‘그 병’이 다시 도진 것이다. 갑자기 자격증에 꽂혀 필요 없는 것까지 따려고 자격증 리스트를 적고 있던 그때, 컬러리스트 기사 실기 문제를 봤다. 일단 시작한 컬러리스트 기사까지만 끝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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