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일기 14. 편의점 아르바이트

2025.10

by한여름

1년 취업에 집중하면 금방 될 줄 알았다. 이미 모은 돈은 다 떨어졌지만 조금씩 생활비 대출을 받으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처음 대출을 받았을 땐 막연한 두려움이 컸다. 기껏해야 복권 산다고 오천 원씩 빌리던 것과는 마음의 부채감이 달랐다. 100배 가까이 되는 돈을, 그것도 생활을 위해 빚을 진다는 게 맞는 일일까. 통장 잔고를 보니 더 깊이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나는 큰돈을 빌린 것 같은데 매달 100만 원도 넘는 돈이 빠져나가니 고작 두세 달을 버틸 수 있는 금액이었다. 그중 가장 큰 지출을 차지하는 월세를 벌기로 마음먹었다.


가장 오래 근무했었던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지원했다. 주말 오전 6:00-12:00 여의도 지하철에 위치한 편의점이었다. 주말이라 온라인 게임인들이 없으니 한가할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었다. 시위나 마라톤이 있는 날이면 물과 음료가 든 박스가 쉴 새 없이 들어왔다. 과자와 컵라면, 삼각김밥과 빵까지 합치면 스무 박스 가까운 물류를 정리해야 하는 날도 있었다. 예전에 일했던 편의점과는 차원이 달랐다. 정신없이 손님을 받고 물류를 정리하다 보면 어느새 매대를 정리할 시간이었다.


2025년 당시에는 시급이 10,030원이었다. 2024년 회사를 다니던 때의 내 월급은 220만 원이었다. 매일 12시간씩 주말을 반납한 한 달의 대가는 220만 원이었다. 내가 다녔던 회사에서는 상사가 주는 정신적 고통과 별개로 월급이 측정되었다. 그 와중에 일정이라는 압박 속에서도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몸과 마음은 처마 끝에서 떨어진 고드름처럼 아작이 났다. 그에 반해, 편의점은 칼퇴가 가능했고 정해진 일만 하면 된다. 매일 회사처럼 출근했을 때의 기본급은 주휴수당을 포함하고 세금을 제외하니, 대략적으로 202만 원이었다. 월급 220만 원을 받으면서 스트레스를 견디고 병원비까지 써야 한다면, 차라리 마음 편하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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