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일기 12. 취업준비로 지쳤고, 당분간은 쉴 거다.

2025. 08

by한여름

취업 준비 12번째 달에 쌓아뒀던 화가 '퍼엉'하고 터졌다. "XX, 나 아무것도 안 해."를 외치고 무작정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늦은 내 생일선물이었다.




쉬지 않고 회사를 탐색해 왔다. 공고가 올라오면 지원하고, 다른 회사를 알아보고, 포트폴리오랑 이력서를 두 달에 한 번씩 전면 수정했다. 결과가 안 나오는 것에 대한 바카라임을 온전히 나에게 돌리면서, 나만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를 얻겠지. 마냥 안일하고 자기 파괴적인 생각을 하며 11개월을 보냈다. 하루는 보낸 메일함을 눌러 쌓여있는 수십 통의 입사지원메일들을 보는데 배꼽부터 정수리까지 화가 일직선으로 꽂혔다.


해외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샀다. 보고 싶었던 건축가의 건축물을 보면서 마음을 달랬다. 아무 생각 없이 도시를 여행하고 길을 걷다가 맛있는 음식을 여유롭게 먹고, 그동안 못했던 쇼핑도 원 없이 했다. 든든한 로고가 박혀있는 옷들을 부적처럼 입으며 다음날 여행을 다시 시작했다. 1년 가까이 묵혀놓은 답답하고 복잡한 감정을 여행지에 모두 던져놓고 3박 4일 뒤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서울로 오자마자 8월은 파업을 하겠다고 허공을 보고 소리쳤다. 어디다 공표할 곳이 없으니 나만 들리게 해 봤다. 나 안 해. 내가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태어난 사람도 아니고, 내가 20살 때 재수를 이 정도로 했으면 서울대에 갔겠다며 묵은 감정을 털어냈다. 이 보 전진을 위한 일 보 후퇴를 실천하기 위해 이번 달은 기(氣)를 모으자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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