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천년묵은 여우(?)의 계략

by백운

'우쒸~그때 끝까지 안된다 했어야 했는데...'

그때 일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후회를 하게된다.
하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이고, 쏘아 놓은 화살이었다. 다시 돌이키기엔 시간이 넘 촉박했다.

"백팀장니~임~~~"

현 원장이 요상한 콧소리까지 내며 나를 더 요상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다가 오고 있었다.

"네? 왜그러세요? 무섭게!"

그도 그럴것이 지금의 모습은 현 원장에게서 처음보는 모습이었다.

"아이~ 내가 잡아 먹기라도 하나? 왜 무서워하고 그래요?"

마치 구미호에 빙의 되기라도 한 것처럼 현 원장은 옆으로 착 달라 붙어 팔짱을 끼며 몸을 밀착시켜왔다.


"헉! 거울을 봐보세요? 무서워요! 원장님!"

진심이었다.예감상 뭔가 큰 일을 시킬것 같았다. 내말에 약간 빠직하던 현원장은 금새 눈빛을 풀고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이 세상에서 백팀장이 젤 믿음직스럽고 신뢰가 가더라~~"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말인데 대치동 유명강사도 좋지만..."

더이상 들을 필요가 없었다. 아니 들으면 안됐다. 이미 끝난 이야기였다.

"안돼요!원장님! 이미 계약금도 지불한 상태고 전단지, DM, 현수막 최종 시안까지 다 나왔어요!"

나는 최대한 단호하게 거절했다.

"아직 대치동 강사가 온 것도 아니고, 전단지와 현수막 인쇄가 된 것도 아니고, DM이 발송된것도 아닌데 뭐.....강현씨...."

호칭까지 바꿔가면서 현 원장은 나를 애절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아니 원장님. 그때도 제가 설명회 강사를 하는 것보다 대치동 이름난 강사가 와서 설명회를 하는 게 낫겠다고 동의하셨잖아요? 첫 설명회이니만큼 그게 훨씬 더 신뢰가 갈거라고요?"

보면 안 된다.보면 안 된다. 하면서도 말을 하는 동안 현 원장의 애절한 눈 빛과 몇 번이나 마주쳤다. 현 원장은 애절한 눈빛으로 얼굴을 거의 밀착시켜왔다.

"대치동 강사가 우리에 대해 얼마나 알겠어?그리고 처음 사람모으는데는 효과가 있을 지 몰라도 우리원에 대한 신뢰를 얼마나 상승시킬 수 있겠어? 그럼 그때 모인분들도 등록으로 이어지지 않을 뿐더러 이후에도 우린 파리만 날리지도 몰라. 강사 불러모아 교육정보만 전해주는 호구 학원으로 전락할지도 모르구...근데 우리원의 중심인 백팀장이 든든하게 설명회를 진행해주면 얼마나 믿음이 가겠어? 설명회 오신 분들은 대부분다 등록하실걸...그 이후는 불을 보듯 뻔하고...그니까지 강현씨...."

현원장은 언제 이런 생각들을 한걸까? 아니면 계속 생각하고 있다가 마지노선이다 싶어 배수의진을 친걸까? 말이 청산유수였다.

"그래도 시간이 너무 촉박하고..또...."

현 원장은 몸을 더 밀착시키고 밀착시켜 거의 쇼파에서 나는 밑에 깔리고 현원장의 상반신이 나를 덮은 꼴이 되어버렸다. 위험했다.

"또, 뭐? 내 마지막 부탁인데도 안돼?"

이런 백년묵은 여시 같은 면이 현 원장에게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었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고 했던가? 도저히 불가항력적인 상황이었다. 난 무너지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버틸 남자가 몇이나 될까?라는 생각으로 작은 위안을 삼으며...

"그래도....읍...."

"고마워!"

그 순간 현 원장이 입술이 내입술을 덮쳐버렸다. 더이상 저항도 하지 못 한 체 긍정하는 꼴로 상황이 마무리가 되어버렸다.

천재지변이다....불가항력이다.....천재지변이다....불가항력이다......
를 몇 번이나 외쳤건만 설명회 준비를 하면 할 수를 후회가 밀려왔다. 생고생을 사서 하는 꼴이라니....

수업도 하고 일 마치면 설명회 자료준비, 발표준비하느라 정말 하루 1~2시간씩 쪽잠을 자도 모자라게 시간을 빨리갔다. 물론 그때마다 현 원장이 나를 보는 눈빛은 걱정보다는 격려와 신뢰였다. 그때 마다 힘이 빠졌다가도 나를 저렇게까지 믿어주는데 실망시킬 수없지? 라는 마음으로 다시 힘을 내곤 했다.

우리의 예상대로 전단지와 DM, 현수막은 그렇게 큰 힘을 발휘하지 못 했다. 그럼에도 기존에 다니는 원생과 원생의 부모님께서 알음 알음 소문을 잘 내주셔서 삼삼오오 지인 분들 데리고 오셔서 그날 대여한 홀은 만석이었다. 원장님의 인삿말과 현재 교육정바카라과 앞으로의 정바카라, 교육과정들, 여기에 맞춰 준비해나가하는 초,중,고등학생들의 태도와 자세들, 우리원의 커리큘럼과 성과, 비전제시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생님들 한분 한분의 믿음이 가는 자기소개로 그야 말로 갑자기 강사가 바뀐 설명회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그날 등록하겠다고 등록카드를 작성하신 학부모님만 서른 명이 넘었고, 학생을 데리고 오겠다고 연락처를 남기고 간 사람도 오십 명을 넘었다. 그야말로 초대박이었다.

천년묵은 여우 현 원장의 계획이 적중한 것이다.

"어떻게 알았어요?"

설명회가 잘 마무리되고 고생한 선생님들을 위한 회식자리를 마련한 회식자리도 끝나고 둘만 남은 자리에서 현원장에게 물어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생각엔 무리수였는데 말이다.

"그냥! 느낌! 감! 그리고 백 팀장에 대한 믿음!"

현 원장도 많이 피곤한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잠오는 목소리로 조용히 속삭였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말은 안했었지만 나보다 훨씬 신경많이 쓰고 마음 졸였을 것 같았다.
강한 듯 하지만, 연약한 여자, 현 지혜!
지켜주고 보호해주고 싶었다.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고 싶었다. 나는 조용히 지혜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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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좋아하는 두 아이의 아빠이면서 수학강의하는 원장입니다. 관심분야는 시, 로맨틱코메디, 일상 에세이, 일상적인 생각들이고, 희망적인 글들을 쓰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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