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될 그릇
"네. 어머니, 안녕하세요? 민하가 오늘 수업에 오지 않아서요! 전화가 되지 않아 연락 드렸어요!"
오늘만 벌써 같은 통화의 전화를 몇 번째 하는 것인지 몰랐다. 민하 부모님 처럼 전화라도 받아 주시면 다행이었다. 대부분의 부모님은 전화를 받지 않으셨다.
"아! 네~ 제가 전화를 드린다고 하는 게 시간을 놓쳐 버렸네요. 아....저.....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하나.....?"
민하 어머니는 왠지 모르게 뜸을 들이시며 말씀하시기를 곤란해 하시는 것이 느껴졌다.
"괜찮습니다. 어머니. 편하게 말씀해주시면 됩나다. 민하가 수업 듣기 많이 힘들어 하던 가요?"
"아뇨? 그건 아닌데...워낙 선생님이 잘 챙겨주셔서 그런 건 없는데...선생님 제가 솔직 하게 말씀드릴게요...제 성격에 돌려 말하기도 그렇고 거짓말도 못하겠고...."
워낙 털털하셨던 어머니라 이렇게 까지 뜸을 들이시는 것이 요즘 오지 않는 아이들과도 연관이 있을 것 같았다.
"그럼요. 어머니. 편하게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사실. 거기 부원장이 옆에 학원 차렸죠? 지수 학원이라고 하던데..."
지수 학원이라는 소리를 듣자 갑자기 머리가 띵해졌다. 망치로 뒤통수를 한대 맞은 기분이었다.
"네! 어머니.!"
최대한 당황한 게 티 나지 않아 보이려고 짧게 대답했다.
"거기서 연락 왔었어요. 첫 달 수업 전액 무료로 해준다 고요. 그리고 미국 뉴욕댄가 어디서 박사 학위 받은 선생님도 오신다고 한 달 들어 보고 아니다 싶음 다시 옮겨 가도 된다 고요. 요즘 경기도 안 좋아 가게 매출도 많이 줄어 걱정이 었는데, 수학 학원을 안 보낼 수도 없고, 한 달 수업료면 무시하지 못할 금액이라 고민 중이에요. 사실. 저는 확실히 결정한 건 아니지만, 확실히 결정하신 분들도 제가 알기로는 제법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우리 민하 잘 챙겨 주셨는데 이런 말씀드려 죄송해요. 선생님!"
이런 사태를 예상치 못 한 건 아니었지만, 막상 당하고 나니 피가 끓어 오려는 듯 했다.
'최 혁! 이 자식이!'
끓어 오려는 감정을 꾹 꾹 눌렸다.
"아닙니다. 어머니. 충분히 그러실 수 있습니다. 민하 지금 고2 이고 중요한 시기이니 잘 생각하셔서 결정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는 결정해주시는 대로 따를게요."
"네. 그렇게 생각해주셔서 감사해요. 결정되는 대로 다시 연락 드릴게요!"
민하 어머니와 전화를 끊고 나니 설마 설마 했던 일이 현실로 다가 왔음을 알 수 있었다. 그 동안 일어 났던 일련의 일들도 아마 오늘 민하 어머니께서 말씀해주셨던 일과 연관이 있음에 틀림이 없었다. 그 동안 큰 불평 없이 잘 다니던 학생들이었다. 착실히 공부도 잘 하고 성적도 많이 올랐던, 하지만, 가정 형편이 조금 어려웠거나, 최근 들어 어려워진 학생들이었다. 최 혁은 그 점을 파고 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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