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현 총장님의 초대

by백운

"어떤가? 좀 입맛에 맞나?"

현 문오 총장이 내가 먹는 모습을 유심히 쳐다보시더니 말문을 여셨다.

지혜 아빠가 보자고 하신다고 말이 나온지 일주일 뒤로 약속을 잡았다. 말 꺼내셨는데 몰랐으면 몰라, 그리고 피할 수 있을 거면 몰라도 피하지 못 할 일이니 빨리 약속을 잡는 것이 예의 일 것 같아서 현 총장님 스케줄 확인해서 최대한 빨리 잡아 달라고 했었다. 근데 호텔식당 이나 근사한 한옥 식당 같은 곳으로 부르실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달리 총장님 댁으로 초대해주셔서 깜짝 놀랐다.

"아빠자 집에서 보자시는데...."

총장님이랑 약속잡아서 연락해 준다고 한 지혜가 말했다. 지혜도 예상치 못 한 표정이었다.

"헉.뭐라고?"

요즘은 하루 하루가 놀람의 연속이었다. 밖에서 보면 조금 더편할 것 같았는데, 댁으로 가려니 왠지 더 기가 눌리고 더 조심스러웠다.

"그러게? 나도 의외긴 해!"

"총장님 뭐 좋아하셔?"

댁을 처음 방문하면서 빈손으로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불편하니 밖에서 뵙자고 할 수는 더더욱 없는 노른이었다.

"음...아빠는 와인 좋아하셔. 비싼 거 말고 중저가 와인으로 고르면 될 거야!"

지혜가 오래 고민하지 않고 바로 얘기하는 걸로 봐서는 좋아하시는 게 명확한 듯 했다.

"그래. 그래도 조심스러운 걸."

아직 집접 대면 한 것도 아닌데, 생각만으로도 손에 땀이 흥건할 정도였다.

"괜찮아. 아빠. 생각처럼 그렇게 까다롭지 않으셔. 그냥 자상한 아저씨셔. 그리고 딸이 좋아한다면 무조건 좋아 하시니까 걱정마. 나 고등학교 때 엄마 돌아가시고, 아빠가 혼자 키우시면서 엄청 애지중지 키우셨어."

"그랬구나. 어머니는 어떻게...?"

"엄마는 원래 몸이 약하셨는데 나 낳고 더 약해지셨대. 그래도 나를 헌신적으로 키우셨대. 아빠 내조까지 하시면서. 그러다가 지병이 심해지셔서..."

엄마 이야기를 하면서 지혜는 약간의 그리움의 흔적은 찾을 수 있었지만 그늘진 모습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정말 훌륭한 분이셨구나! 어머니.그래서 니가 이렇게 밝고 예쁘게 자랄 수 있었구나!"

어머니의 사랑을 온 몸으로 받고 자란 게 느껴졌다.

"히히...사람보는 눈은 있어 가지구. 암튼 아빠도 엄마 엄청 사랑하셨는데, 엄마 돌아가시고나서 완전 딸 바보가 되셨지. 원래도 그랬는데 더 심해지셨어. 그러니 걱정마!"

나를 안심시키려고 한 말인텐데 왠지 나는 반대로 한편으론 더 걱정도 됐다.

"그렇게 아끼는 딸이 사귀는 남자라면 잣대가 더 엄격해 지시지 않..으...실....까....."

왠지 주눅이 들었다.

"바보! 백 강현! 아빠는 내말이면 꺼뻑 죽어! 걱정마! 그리고 너 충분히 잘 났어!"

그렇게 지혜는 내가 총장님을 뵙는데 불안해 햐지 않게 한 층 나의 자신감을 북돋어 주었고, 오늘 방문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었다.


"네! 정말 맛있습니다. 손수 요리를 하셨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집에 일을 도와주시는 분이 계셨지만 평소에도 총장님은 특별한 일이 아니면 손수 요리를 하신다고 하셨다. 그래서 그런지 요리실력이 수준급이셨다.

"하! 하! 하! 입맛에 맞다니 다행이군. 그리고 대답이 시원시원해서 좋네~하! 하! 하!"

내 대답이 마음에 드셨는지 총장님은 한 껏 편하게 웃으셨다.
첫 인상부터 지혜 말대로 권위라고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자상한 모습이셨다. 어머니의 빈자리까지 채워주셔서 지금의 지혜가 구김하나 없이 밝게 자랄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이실건데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총장님."

금이야, 옥이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처럼 애지중지 키운 딸이 데리고 온 남자인데, 얼마나 부족해 보일 것인가? 당연한 일이었다. 근데도 총장님은 전혀 그런 기색을 내 비치시지 않으셨다. 내공이 대단하신 분이셨다. 뵌지 오랜시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현 문오 총장님의 인품을 엿 볼 수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많은 제자들이 따르는 것일거다.

"하! 하! 겸손하고 남을 배려 할 줄 아는 눈을 가졌구만! 지혜가 그 동안 왜 딴 남자들 다 쳐다도 안 봤는지 알겠네..."

딸을 바라 보는 현 총장의 눈길에서는 사랑이 흘렀고, 아빠를 바라 보는 현 원장의 눈길에는 죄송함과 부끄러움이 묻어났다.누가 보더라도 다정한 부녀의 모습이었다.

"아빠는....내가 언제 그랬다고....."

지혜의 얼굴이 붉어졌다.

"제가 더 잘 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아버님께 요리를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나도 모르게 튀어 나온 말이었다.

"자네 지금 뭐라고 했나?"

현 총장이 갑자기 나를 향해 얼굴을 돌렸다.

"네? 요리를 배워야 겠다고...?"

갑자기 무슨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뇌정지가 오는 듯 했다.

"아니. 그 앞에 말이야!"

한 층 누그러졌지만 다급한 말투였다.

"............"

기억을 되돌리려고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때,

"아버님이라고 했어~나도 들었어!호! 호! 호!"

지혜가 끼어들어 호들갑을 떨었다.

"아.....저도 모르게........"

현 총장과 지혜의 다정한 모습에 그리고, 현 총장의 자상한 인품에 나도 모르게 아버님이라는 단어가 새어 나왔던 것이 기억났다. 난감했다.

"음.듣기 좋구만.계속 그렇게 호칭을 하지.총장님은 너무 딱딱해!"

만면에 미소를 짓는 현 총장이었다.

"우와...우리 아빠! 너무 속도 내는데..호! 호!호!"

"티나냐? 허! 허! 허!"

정말 다정하고 화목한 가족의 모습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한 참을 웃고 떠들며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친 후 내가 가져온 와인을 두 세잔 쯤 마셨을 때 현 총장이 최 혁과 안 유정 이야기를 꺼냈다.

"살다보면 정말 속상할 때도 있는 법이지. 나는 정말 진실되게 내 모든 걸 줬다고 생각하는데 상대방은 그걸 악용해서 내 등에 칼을 꽂는 경우가 있어. 많이 속상하지? 지혜야!"

술기운 때문인지 얼굴이 약간 붉어지신 현 총장이 한 없이 다정한 목소리로 현 원장을 불렀다.

"아니. 괜찮아! 나, 아빠 딸이잖아!"

현 원장도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많이 컸구나! 우리 딸! 말은 그렇게 해도 속은 많이 힘들었을 거야! 백군! 자네가 옆에서 많은 힘이 되어 주게!"

이번에는 현 총장의 미소는 나를 향하고 있었다.

"네! 아버님"

아까 아버님이라는 말을 사용한 이후로는 계속 총장님 대신 아버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나도 이젠 이 호칭이 더 편했다.

"그래! 둘을 보아하니 잘 해낼거라 믿음이 가네. 절대 악을 악으로 갚으려 하지 말게! 가엽고 긍휼한 마음으로 상대를 포용하려 노력하게. 그럼 순리대로 흘러갈거야! 사필귀정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니 말이야~그리고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을 하게! 내 힘껏 도울테니~"

현 총장은 우리를 번갈아 보며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는데 그 미소가 그렇게 따뜻하고 믿음직하게 보일 수 없었다. 그 모습은 참 교육자이시며 큰 어른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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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좋아하는 두 아이의 아빠이면서 수학강의하는 원장입니다. 관심분야는 시, 로맨틱코메디, 일상 에세이, 일상적인 생각들이고, 희망적인 글들을 쓰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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