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원장 아빠의 실체
<사직서>
두 봉투에는 동일하게 같은 글씨가 쓰여져 있었다.
"괜찮아?"
난 걱정스러운 눈길로 지혜를 바라봤다.
"괜찮아! 아까는 없었는데 용케도 안 마주쳤네."
예상이라도 하고 있었던 것인지, 지헤의 말투도, 표정도 한결 밝아 보였다.
"근데, 어떻게 알았어?"
"뭘? 아! 두 사람이 그만 둘 거라는 거?"
지헤는 빙긋 웃으면서 봉투를 바라 보던 시선을 내 쪽으로 돌렸다.
"아니! 옆에 학원, 최고 지수학원이 두 사람 작품이라는 거?"
"그거야! 이 바닥이 소문이 엄청 빨라! 원래! 옆 학원 원장님이 아시냐면서 연락이 왔더라고. 인테리어 하시는 분이 사촌 동생이시라고 하더라고. 세상 참 좁아!"
눈을 찡긋해 보이던 지혜가 말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정확하게는 두 사람 작품이 아니라 세 사람 작품이지! "
나를 바라보던 지혜의 얼굴에 미소를 지워졌다.
"숨은 조력자를 말하는 거군. 곧 귀국 할 거라는 돈 줄!!"
"맞아! 너도 아는 사람이야! 간판을 봤으니 누군지 짐작은 하고 있지?백 강현."
지혜의 얼굴에는 이제 웃음기 라고는 사라지고 없었다. 약간 경직 되기까지 한 말투였다.
"역시, 맞나 보네. 아니길 바랐는데..."
윤 지수! 그녀가 아니길 바랐건만, 불길한 예감이 틀리길 바랐건만, 지혜의 표정과 말투에서 숨은 조력자가 윤 지수 임을 확인 시켜주고 있었다.
"맞아! 그때 그 꼬맹이. 이혼 하면서 엄청난 위자료를 챙긴 모양이야. 미국 생활이 정리가 되는 대로 귀국해서 합류할 모양이고."
세상일이란 참 알 수가 없었다. 그때 그렇게 미국으로 돌아 간다고 할 때만 해도 그렇게 연락을 하지 않으면 완전히 끊어 질 것 만 같았던 인연이었는데, 이렇게 다시 또 이어지다니 말이다.
"그나 저나, 두 사람, 같은 과 라고는 해도 연결 고리가 전혀 없었는데, 어떻게 학원을 같이 차릴 만큼 가까워 진 거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 조합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그 대답도 역시 지혜가 해주었다.
"최 혁의 아버지가 최 강이라고 했었지? 윤 지수가 귀국해서 학원 사업을 해보고 싶다고 최 강 한테 연락을 한 모양이야. 최 강은 자기랑 같이 하기에는 모양새가 그러니 최 혁을 소개 시켜 준 모양이고...."
언제부터 알고 있었던 건지, 지헤는 내가 모르는 사항들까지도 다 알고 있었다.
아무리 이 바닥 소문이 빠르고, 원장들끼리 커뮤티티가 잘 이루어져 있다고 하더라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근데, 현 원장님. 어떻게 이런 사항들을 낱낱히 잘 알고 계세요?"
정말 존경스러운 눈길로 지혜를 바라보며 물었다.
"뭐야? 놀리는 거야? 백 팀장. 크흣. 다 방법이 있지!"
지혜는 갑자기 머리를 뒤로 튕기 듯 쓸어 넘기며 고개를 치켜 세웠다.
"뭐에요? 원장님. 국정원에 버금가는 비밀 사 조직이 있다고 하던데, 진짜 뭔가 있는 겁니까? "
아닌 게 아니라 현 원장이 정보가 워낙 빨라서 학원 내에서는 그런 류머가 돌고 있었다. 그러니 최 혁 이랑, 안 유정도 그 만큼 비밀 유지에 힘썼을 것이다. 현 원장이 다 알고 있는 것도 모르고 완벽했다고 좋아 하고 있었을 줄도 모를 일이었다.
"비밀은 아빠야!"
지혜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 보니, 최 강 대표원장과 현 원장이 처음 만났을 때, 최 강이 낮은 자세를 취하며, 현 교수님에게 안부 전해 달라고 했던 게 얼핏 뇌리를 스쳐기나갔다.
"아....아! 그때 최 강이 안부 전해 달라고 했던 그 현 교수님!"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맞춰진 것 같았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이 띵한 얼굴로 현 지혜를 바라 봤다.
"뭐야? 백 강현! 그 걸 기억하고 있었던 거야?기억력이 대단해! 역시 내가 남자를 잘 고른 듯.푸 훗"
칭찬이 뭔 지를 알 수 없는 감탄을 하며 지혜가 박수를 쳤다.
"근데 현 교수님은 어떻게? 그 모든 걸 아셔?"
정말 마지막 의문이었다. 도대체 현 교수님은 누구시길래?
"아...아빠 예전에 우리 학교 전자과 학과장 님이셨지. 그래서 그 당시 수학과 교수님이랑도 친하셨고, 그래서 많이 도와 주셨어. 학원 창업하려는 제자들. 금전적으로, 정보면에서...특히, 지금의 최 강이 있는 거는 아빠의 도움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최 강과 현 교수님 이야기가 나오자 현 원장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
"그랬구나? 그럼 너를 최 강에게 소개 시켜준 것조 현교수님이시겠네?"
"어~그때만 해도 최 강이 아빠를 많이 의지하고 따랐었거든...암튼 그런 사정이 있어."
현 원장은 표정이 살짝 이그러지더니 더 이상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은 듯 이야기를 끝 맺었다.
"그런 사연이 또 있었군. 그래서 교수님이 엄청난 정보력을 가지고 계신거였군. 아까 예전에 학과장이셨다고 했는데 지금은 뭐하셔?"
주제도 돌리기도 하고, 사실 현 교수님도 어떤 분이신지 궁금하기도 했다.
"아빠. 지금은....."
현 원장은 얘기를 살짝 망설였다.
"내가 괜한 걸 물어봤나? 미안. 얘기하기 싫음 안해도 돼."
괜한 얘기를 꺼낸거 같아 미안한 마음에 한 얘기였다.
"히.아니야. 울 아빠 지금 총장님이셔. 현 문오 총장님. 근데 그냥 모른 척해줘. 부탁이야."
난처해하는 모습의 현 원장이었다.
"헉. 진짜? 대단하신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국립대 총장님이시라니. 그 딸이 현 지혜였다니. 왠지 모를 거리감 같은 것이 느껴지려는 순간이었다.
"뭐. 그냥 자상한 아저씨셔~참.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아빠가 너 좀 보자셔~"
"뭐?"
진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왜?....갑자기...."
"갑자기가 아니야! 뭘 그렇게 놀래?"
지혜는 부끄러운지 재밌는지 약간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놀라지 그럼 안 놀래냐? 누나...아니..아....악!"
누나라는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지혜는 내팔을 꼬집었다. 지혜라고 잘 부르다가도 왜 당황만 하면 누나가 터져나오는지 모를 일이었다.
"너....진....짜!"
지혜의 두 눈꼬리가 찢어 질 듯 위로 올라갔다.
"아...미안! 미안! 취소! 취소! 그니까 팔 좀 나줘..."
"엄살은...오늘은 이렇게 넘어가지만 다음엔 살점을 뜯어 놓을 수도 있어. 조심해!"
눈 빛에서 느껴지는 살기가 단순히 그냥해 보는 농담이 아님을 느끼게 해주었다.
"알았어~갑자기가 아님 언제부터?"
"그때 너 우리학원 첨오고 며칠 있다 나 취해서 너한테 전화했을 때 니가 나 지켜줬잖아! 그때 부터 보자고 하셨는데 얼마전에 너 자취방에서 자고 들어갔을 때 누구랑 있었냐고 물으시길래 너랑 있었다고 했더니....."
"뭐어?"
내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말이 끊겨 지혜도 얼굴이 붉으졌지만 순간 나는 눈알이 튀어 나올 정도로 놀랐다. 나를 보자는 이유가 그 이유였다니...나는 심호흡을 크게 하고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
"뭘 그리 놀라고 그래? 호! 호! 호! 강현아~너한테 이런 면도 있었어? 놀라니까 더 귀엽네~~"
뭐가 그리 재밌는지 지혜는 내 볼까지 꼬집어며 웃었다.
"그럼.여자 친구 아버지께서, 그것도 국립대학 총장님께서, 여자 친구랑 밤을 새웠다는 이유로 보자시는데 안 놀랄 남자가 세상에 어딨냐?"
"그냥 자상한 아저씨셔...."
"몰라! 몰라! 너는 아빠니까 그렇지!"
나는 또 지혜의 말을 끊었다.
"나도 몰라! 최대한 빨리 시간 정해서 연락 달라셨어! 난 바빠서 이만..."
"누...지혜야! 그렇게 가면 어떡해!"
지혜는 그렇게 원장실을 나가 버리고, 갑자기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날 카운터에는 현 원장이있었고, 최 부원장 수업은 나와 다른 선생님 한 분이 나누어서 했다. 다행히 부원장은 학원 행정업무 위주로 맡고 있어서 부담이 그렇게 크진 않았다. 설마, 현 원장은 이것까지 다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일까?
아무튼 학원은 안 선생님과 부원장의 빈자리가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으로 잘 돌아 갔다.
그래서 였을 까? 난 그날 수업이 어떻게 됐는지? 학원이 어떻게 돌아 갔는지? 전혀 생각할 틈이 없었다. 오직 현 교수님, 아니 현 총장님이 보자고 하셨다는 그 말만이 귀에 맴돌았고, 그 생각만이 나의 뇌를 지배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하지? 어떻게?'
이런 내 속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카운터에 선 지혜는, 마치 그 자리가 제 자리인 양 그날 따라 더 밝고 화사하게 웃으며 인사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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