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지혜야!
드드드드륵 드드드드륵
'어이쿠! 알람꺼는 걸 잊어 버렸군.'
새벽 6시에 일어나 준비하는 습관이 있어, 항상 알람을 맞춰 뒀었는데, 어제 꺼는 걸 깜빡해버린 것이다. 알람이 울리는 바람에 얼른 눈을 떠서 알람을 꺼고 주위를 살폈다.
다행히 지혜는 소리를 못 들었는지 곤히 잠들어 있었다. 곤히 잠든 지혜의 얼굴은 마치 천사의 모습같았다. 그런 힘든 일을 혼자서 겪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간밤에 내 입술을 덮쳐 왔던 따뜻하면서도 촉촉한 지혜의 입술이 아직도 내 신경세포를 자극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나의 뇌리에 박혀 해마를 자극하는 건, 그 보다 더 촉촉하고 따뜻했던 나를 바라보던 젖은 지혜의 눈망울이었다.
그 눈망울은 그 동안의 지혜의 삶을 다 품고 있었으며, 깊고 고요했다. 그리고 내가 지금껏 봐왔던 세상 어떤 여인의 모습보다도, 그것이 영상매체이던, 그림이던, 더 섹시하고 더 자극적이었다. 청순한 모습과 섹시한 모습은 전혀 조화를 이루지 못 할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어제 지혜의 모습은 이런 나의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 버렸다. 가장 청순한 모습이 가장 섹시 할 수 있었다. 어젯 밤 지혜가 그랬던 것처럼.
"어음...."
어젯 밤의 일들을 생각하면서 잠든 지혜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니, 자면서도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했던 것일까? 아님 아까 알람소리에 얼핏 잠이 살짝 깼던 것일까?
지혜가 살짝 몸을 비틀며 눈 꺼풀을 움직였다. 그 바람에 지혜의 속살이 이불 사이로 살짝 드러났다. 살짝 살짝 보이는 그 속살이 그렇게 내 시신경을 자극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움직임 하나 하나가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나도 모르게 그 모습에 끌려 살짝 지혜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어음...뭐야? 벌써 깨 있었던 거야?"
내 입술이 입술에 닿자 지혜 눈을 조심스럽게 떠며 입술을 열었다.
"어! 미안! 나땜에 깼지?"
조금 더 잘 수도 있었을 건데, 나때문에 잠에서 깬 것 같아서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어음...아니야! 괜찮아. 덕분에 좋은 꿈을 꿨어. 그나저나 언제부터 깨어 있었던 거야?"
조금 더 정신이 들었는지 지혜가 내 손을 깍지끼며 돌아 누웠다.
"나도 조금 전에 깼어!"
"그랬구나! 조금 더 자지? 뭐 하고 있었어?"
피곤한 지 지혜는 다시 눈을 감으며 말을 이었다. 돌아 눕는 바람에 지혜가 숨을 쉴때마다 콧바람이 나의 목덜미를 간지럽히고 있었다.
그 느낌이 너무 좋았지만,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아...간지러! 지혜야! 괴롭히려고 일부러 그러는거지?"
나는 참지 못하고 지혜를 와락 안아 버렸다.
"히!히! 왜 그래?"
잠시 놀랐는지 눈동자만 커졌을 뿐 지혜는 뿌리치지 않았다.
"사랑해! 지혜야!"
"나도 사랑해! 강현아!"
무슨 일이 있더라도 상처 받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내 모든 능력을 동원해 지켜주고 싶었다.
간판을 보고 있을 때 전화기가 울렸다. 현원장 이었다.
"강....현.....아...."
떨리는 목소리.... 지혜는 울고 있었다.
"어! 지혜야! 무슨 일 있어?"
최대한 침착해야 했다. 묘하게 겹쳐서 온 전화여서 더 그랬다. 이미 짐작했던 일이 아닌가?
"우리가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려나 봐!제발 아니길 바랐는데...."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지만, 감정이 더 격해지지는 않는 느낌이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아! 그래! 그 일 말이구나...그렇잖아도 학원 근처에 와 있어. 어디야? 지혜야. 내가 그 쪽으로 갈게."
감정을 누르고는 있었지만, 지혜가 많이 외로울 것 같았다.
"어. 왜 이렇게 일찍 왔어? 나도 학원이야!"
"그래? 그럼 내가 올라 갈테니 기다려! 같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
"푸훗!! 너는 이 상황에 맛난게 생각나?"
어이가 없었는지 지혜가 실소를 터트렸다.
"웃었지? 하! 하! 봐? 내가 이런 재주가 있다니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잖아? 내가 쏜다! 오늘은..."
일단 지혜가 그 생각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다. 나도 그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었고...무엇보다 지혜가 웃은 게 너무 기뻤다.
"그래! 고마워! 기다릴게. 얼른 와!"
"그래! 식사하면서는 다른 이야기 하자! 약속!"
"히힛...알았어!"
다행히 지혜와 나는 밥먹는 동안이라도,잠시나마 그 생각에서 잠시나마 벗어 날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학원으로 돌아왔을 때, 점심 시간이 한 참 지났음에도, 늘 웃으면서 우리를 반겨 주던 안 선생님은 그 자리에 없었다. 늘 일찍 출근 하던 최 부원장도 출근하지 않았다. 대신 원장실에 두개의 봉투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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