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비현실적인 현실

by백운

"무슨 소리야? 지혜야! 그게?"

내 말에 대한 지혜의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다 알고 있었다고? 어떻게?'

지혜는 그 모든 사실들을 다 알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그 모든 걸 다 알고 있을 수 있었단 말인가? 그리고 모든 사실을 알면서도 어떻게 지금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 할 수 있었단 말인가?

"말한 그대로야! 최 혁이 입사 할 때부터 다 알고 있었어. 최 혁과 안 유정은 그 전부터 연인 관계 였었고..."

현 원장은 아무렇지도 않게, 아니 오히려 웃음까지 지어 보였다.

"어떻게...아니, 근데 괜찮아?"

어떻게 그 사실들을 알고 있었는지도 궁금했지만, 그 사실들을 알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지냈다는 것이 더 놀라웠고, 그 보다도 그 모든 걸 속으로 삭히고 있었을 걸 생각하니, 현 원장이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 안쓰러워 보였다.

"괜찮았겠냐? 그냥 괜찮은 척 하면서 산 거지! 내 편하나 만들어 보자고 그 노력을 해서 널 찾아 낸 거고~^^"

현 원장은 웃고 있었지만 왠지 외로워 보였고 슬퍼보였다. 겉은 웃고 있었지만 안은 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가여운 사람'

나는 아무 말하지 않고 현 원장을 조용히 안아 주었다.

"미안해! 미안해! 좀 더 일찍 나타나지 못 해서..."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현 원장을 안고 있는 가슴팍에서도 따뜻한 무언가가 옷을 적시고 있음이 느껴졌다. 현 원장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다. 두 손으로 현 원장을 얼굴을 받쳐 조용히 눈물을 닦아 주었다. 그제서야 현 원장의 얼굴을 봤다. 눈물로 얼룩 진 눈과 볼! 이토록 성숙하고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여인의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지켜주고 싶었다. 안아 주고 싶었다. 나는 눈을 감고 조용히 현 원장의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갰다. 뜨거웠다. 현 원장은 내 입술을 아니, 전부를 태워버릴 것 같았다. 그리고는 강한 흡인력으로 빨아 들이기 시작했다. 전부가 흔적도 없이 빨려들어 가는 듯 했다. 가녀린 여인의 몸 어디에서 이런 힘이 나오는 지 도저히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뜨거운 폭풍우가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방안에는 고요함이 지배 하고 있었다.

"혼자 얼마나 힘들었어! 나한테라도 이야기 하지 그랬어?"

"사람 마음이라는 게 언제든 다시 또 바뀔 수도 있는 거니까! 되 돌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내가 좀 더 잘 하면... 너한테 말하면 너한테도 짐 지우는 게 될 수도 있으니깐... 난 든든한 내편이 한 명 있는 것 만으로도 만족해..."

이것이 원장이라는 직바카라의 무게인 것인가? 아니 모든 원장들이 지혜처럼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주위를 둘러봐도 이런 일이 있으면 난리를 치고 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그래서 서로 사이가 틀어지고 원수지간이 된다. 대부분이 그렇다. 하지만 현 원장은 애초 그릇의 크기가 다른 원장이었다.

"그리고...강현이 네가 모르는 게 하나 더 있어!"

현 원장이 조용히 다시 입을 열었다.

"뭐가? 내가 모르는 게 또 있다고? 그게 뭔데?"

이 만큼만 해도 놀라 자빠질 일인데 또 있다니...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현 원장의 대답을 기다렸다.

"히...놀라지마! 최 혁! 사실은..."

목이 타들어갔다.

"최 강 대표원장 아들이야!"

나는 내 귀를 의심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뭐라고? 그게 정말이야?"

"응! 확실해! 최 혁은 최 강이 시킨대로 했을 거야."

현 원장의 눈빛은 빚나고 있었고 낮지만 단호한 어조로 말을 했다.

"더 이상 놀랄 일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무슨 삼류 막장드라마도 아니고 이게 말이 돼?"

나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때론 드라마나 영화보다 더 비현실 적인 것이 현실일 때도 있어!"

너무나 담담한 어투였다.

"근데 지혜야! 너 정말 대단하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그렇게 담담하게 말 할 수가 있어!"

진심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히! 나도 첨엔 안 그랬어. 분해서 잠도 못 자고 그랬어. 근데 지금은 네가 옆에 있잖아! 너를 다시 만나고, 너랑 함께 하면서 나도 많이 안정되었고, 많이 변했어! "

현 원장은 팔을 다시 내 목에 감아 오면서 나긋 나긋 하게 속삭였다.

"하여튼! 대단하다. 원장이 될 그릇은 따로 있나 봐! 난 시켜 줘도 못 하겠다."

생각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졌다.

"그리고, 최 혁 그 사람은 너랑 너무 달라! 원장 그릇 이 못 돼! 내가 장담하는데 애들 빼내서 학원 차리더라도 금방 망할 걸!"

현 원장을 위로 시키려고 한 말이기도 했지만 진심이기도 했다.

"푸훗! 위로 고마워! 나도 나대로 대응은 하고 준비는 하고 있지만, 막상 진짜 그런 일이 일어 난다면 슬플 거 같아! 엄청!"

말을 하며 어딘 가를 쳐다 보는 그 눈이 깊었다. 나도 모르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속으로 기도 했다. 살면 얼마나 살고, 잘 살면 얼마나 더 잘 살아 보겠다고 그러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래!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기도하자! 지혜야~그리고..."

뒤에 말을 이어 하려니 뭔가 낯 간지러워 한 템포 쉬었다.

"그리고...뭐?"

현 원장이 다음 말을 눈치를 챈 건지, 더 끈적한 눈길을 보내며 목을 감싸 안은 두팔에 힘 주면서 안겨 왔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네 곁에 있을 게..."

현 원장은 이번엔 말 대신 입술을 살포시 포갰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백운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글쓰기를 좋아하는 두 아이의 아빠이면서 수학강의하는 원장입니다. 관심분야는 시, 로맨틱코메디, 일상 에세이, 일상적인 생각들이고, 희망적인 글들을 쓰고싶습니다.

447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4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46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3화-제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