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내 인생을 돌이켜 보면 삶 속에서 일어난 커다란 변화들은 대부분 내가 만났던 사람들을 통해 일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시점에 누구를 만났느냐에 따라 항상 변화가 일어나고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
결국엔 어떤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받았느냐에 대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학창 시절의 친구, 선생님, 더 나아가서는 이성 친구, 배우자 등등 — 어쩌면 우리는 평생 누군가와의 만남을 통해서 영향을 받고 배우고 성장하는 것 같다.
그러다가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부터는 그 만남의 범위와 횟수가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마련이다.
혹자는 이런 말을 하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날 필요는 없다고. 정말 가까운, 손에 꼽는 사람들만 만나고 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더 현명한 거라고.
사실 나도 그 말에 매우 공감한다. 모든 사람과 잘 지내려고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는, 이젠 정말 내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가깝고 소중한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런데 발전과 자극의 관점에서는 조금 다른 얘기가 된다.
늘 익숙한 장소에서 같은 사람들을 만날 때와는 달리, 낯선 곳에 가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 안에서 기대치 못한 우연을 통해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길이 열리는 경우를 종종 경험하게 된다.
사람들은 그래서 새로운 자극을 받고 새로운 세상을 만나기 위해 여행도 가고 그러는 거겠지.
그만큼 새로운 만남이 가져다주는 기회와 가능성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럼 어떻게 하면 새로운 만남을 가질 수 있을까?
결국엔 내가 물리적으로 그런 만남이 있는 곳으로 나를 데려다 놔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가능성이 있는, 그런 무리들이 있는 곳에 들어가야 조금이라도 그 가능성의 문이 더 커지게 마련이다.
평생을 한국에서 살아온 내가 굳이 미국이라는 곳에 나를 물리적으로 스스로 옮겨다 놓고 UX 디자이너로 살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이기도 하다.
물론 그게 거저 되는 일은 아니었다. 언어도, 일하는 방식도, 사람들 사이의 개그 코드도 다른 (이건 진짜 다르다!) 낯선 곳에서 관계를 쌓는다는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지라, 새로운 사람 앞에서 나를 또 소개하고, 그 사람과 어느 정도 신뢰가 쌓이기까지 수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
솔직히 가끔은 이런 걸 반복하는 게 너무 부담스러워서, 그냥 아는 사람들하고만 편하게 지내고 싶을 때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환경 속에서 다양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고, 그로 인해 많은 변화들을 여전히 매일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그럼 이 생활이 항상 즐겁고 보람되냐고 묻는다면,
'음… 아니요, 사실 매일 그렇게 엄청 새롭고 설레진 않아요.'
하지만 그래도 그 가능성이라는 문을 매일 하나씩 열고 있는 건 사실인 것 같다. 그 문 하나하나가 쌓여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들, 만난 사람들,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기회들로 이어졌으니까. 그 수고를 들이지 않았다면 애초에 열리지도 않았을, 존재하는지도 몰랐을 문들이다.
어떤 이들은 그것이 일과 관련된 만남이라면, 본인의 목적 달성을 위해 그 관계를 정치적으로 풀어내는 능력자(!)들도 많이 보았다. 아직 나는 그 정도로 만남에 열심이지도 않고, 또 만남과 관계를 계산적이고 정치적으로 활용할 만큼 똑똑하지도 않다.
그런데 그 기회라는 것도, 내가 어떤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사람을 만나거나 대했을 때보다는, 내가 선의를 가지고 당장의 이익을 바라지 않고 누군가를 순수하게 도와주었을 때, 결국 나중에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그 도움을 오히려 내가 되돌려 받고 특별한 기회를 얻게 될 때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이 만남이라는 게, 그리고 인간관계라는 게 참 신기하다.
수학적 공식이나 계산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뭔가가 있긴 한 것 같다. 분명히.
그러니
일단 만나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