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UX 디자이너다. 현재 미국에 살고 있고, 구글에서 AI와 관련된 디자인을 하고 있다. 디자인을 할 때에도 지금은 거의 대부분을 AI를 활용해서 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이제는 AI를 사용하지 않는 내 디자인 업무를 상상하기가 힘들다. 예전에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던, 머릿속으로 생각만 해 오던 것들도 이제는 AI를 활용해서 너무나 빨리 효과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으니 새삼 기술의 발전이란 참 놀랍고도 경이적이다.
하지만 이렇게 AI를 쓰면 쓸수록 아날로그적인 것들, 예전의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커질 때가 있다.
얼마 전 우연히 유튜브의 알고리즘을 통해 예전 음악 방송들을 보게 되었다.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이문세쇼, 이소라의 프로포즈 같은. 너무 까마득한 시절의 예전 심야 음악 방송들. 요즘 젊은 분들은 그게 뭔지 모르는 분들도 계실 거 같다. (그래도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아시지 않을까?)
나는 그런 방송들을 보는 걸 참 좋아했다. 주말 밤에, 일주일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보던 그 방송들. 그 방송에 나오는 가수들은 더 특별해 보였고 그들이 정성스럽게 라이브로 들려주던 노래들이 좋았으며 진행자들과 나누던 이야기들은 너무 따뜻했다.
물론 요즘에도 이런 심야 음악 방송들은 매주 전파를 타고 있고 지금도 즐겁게 보고 있다. 특히 요즘 성시경이 진행하는 고막남친은, 그 우스꽝스러운 제목과 달리 매주 공짜로 듣기에 미안할 정도의 황홀한 라이브를 들려주어 너무 고마울 따름이다. (이런 방송을 계속 만들어 주시는 한국의 방송 관계자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아무튼, 50대가 된 지금, 예전 내 어릴 적 방영되던 오래된 심야 음악 방송에 대한 영상들을 유튜브를 통해 보고 있자니 문득 그때의 내 모습이 궁금해진다.
저 가수가 나왔던 저 방송이 방영되었던 그날,
그날의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어떤 생각을 하며 한 주를 보냈을까? 그날의 내 최대 관심사는 무엇이었을까?
지금처럼 유튜브도 없었고 영상이라는 걸 시청하려면 무조건 TV를 통해 봐야만 했던 그 시절 무대에서 노래하는 가수도, 방청석에 앉아 있는 방청객들도 그 시절 그때의 촌스럽고 오래된 모습이지만 그만큼 우리는 젊었고 꿈이 많았겠지.
AI가 이렇게 세상을 바꿔 놓을 거라고 상상도 못 했던 그 시절
방송이 끝나고 TV를 끄면 창문 밖으로는 항상 까만 밤하늘이 보였지만 바람 부는 계절에도 왠지 모를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던 그런 시절이었다.
아, 이런 말을 하는 걸 보니 나도 이젠 정말 아저씨 다 됐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뭐. 받아들이자.
오늘 밤엔 내가 좋아하던 가수가 그 시절 심야 음악 방송에 출연해서 불렀던 그 노래들을 유튜브에서 한 번 더 찾아본 뒤 잠을 청해야 할 거 같아.
이러다 알고리즘에 휩쓸려 추억여행이라는 바다에 빠져
너무 허우적대지만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