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코리아에서 진행한 AI 워크숍
"손님 여러분, 우리 비행기는 곧 착륙하겠습니다."
눈을 감고 비행기 도착 안내방송을 듣는다. 늘 설레게 하는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 특히 그 목적지가 내 모국인 한국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예전엔 이런 안내방송을 들으면, '드디어 집으로 돌아왔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 내게 한국은 돌아오는 곳이 아닌 방문하기 위한 목적지가 되어 버렸다. 여전히 이런 상황이 된 게 신기하다고나 할까? 미국에 이민 온 지 어느덧 7년이 다 된 지금에도 이러한 마음이 드는 걸 보면 마음 한편엔 늘 한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내 안에 있기 때문이겠지.
이번 한국 방문에는 특별한 목적이 있었다. 구글 코리아에서 주관한 한국의 스타트업 개발사들을 대상으로 한 AI 워크숍을 진행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한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전혀 계획에 없었던 일정이었다. 우연히 UX 리서처인 지인이 한국에서 이 워크숍을 진행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내용을 들어보니 이 워크숍에서 나 역시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있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지난 학기에 내가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온라인으로 강의한 내용이 정확히 주제에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그 지인과 구글 코리아 측에 내가 공유하고 싶은 내용을 워크숍의 내용에 추가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물었고 다행히 너무나 흔쾌히 수락해 주셔서 나의 세션이 추가되었다.
그래서 정해진 주제는,
구글 UX 전문가가 알려주는 '진짜' 사용자를 위한 앱 만들기
제목이 조금 일차원적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내 주제를 설명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제목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워크숍에 참여를 결정하기 전까지 마음속에 몇 가지 생각들이 있었다.
'이미 올여름에 가족들과 한국에 휴가를 다녀왔는데 두 달 만에 한국에 또 가야 하나?' '내가 무언가를 알려줄 만큼 AI와 바이브코딩에 대해 잘 알고 있나?' '요즘 회사일도 바쁘고 몸도 피곤한데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서 가야 하나?' 등등
사실 무엇이든 안 하려는 이유를 대라면 백서른네가지도 넘게 들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걸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이 선택과 경험이 앞으로 나에게 또 어떤 기회를 열어줄지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그리고 내가 알고 있고 경험한 것들, 그것이 작은 부분일지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나눌 수 있다면 그것 자체로도 보람된 일이 아닐까?
워크숍 당일날,
많은 스타트업 개발사들이 참석했고 자리는 빼곡히 들어찼다.
그 수많은 시선들이 강단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은 나의 첫마디에 쏠릴 때, 심장이 쫄깃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구글에서 UX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내 소개를 하면서 뭔가 심장이 쿵쾅거리고 괜히 마이크를 힘을 주어 더 꼭 잡게 됐다.
하지만 웬걸, 역시 나는 무대 체질이었던 건가. 쉴 새 없이 준비해 온 내용들을 발표하고 질문을 받고 답하고… 그러다 보니 예정된 3시간을 훌쩍 넘겨버렸다.
전혀 떨지 않고, 모든 돌발상황과 질문에도 순발력 있게 대처하는 나 자신이 스스로도 신기하고 대견했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이렇게 마이크를 잡고 앞에서 무언가를 진행할 때면 나도 몰랐던 에너지가 내 안에서 샘솟는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고, 진심으로 그 순간을 즐겼다.
그리고 다시 한번 든 생각.
'아 나 이런 거 정말 좋아하는구나'
워크숍을 진행하는 시간 동안 나 스스로가 진정 살아있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이 지나서 다시 그 순간을 생각해 보니, 이 워크숍이 내게 더 특별했던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워크숍을 위해 시간을 들여 많은 자료를 준비하고 새롭게 공부하고 검증한 많은 노력들이 있었음은 물론이거니와, 무엇보다 내가 그간 미국에 와서 배우고 경험한 것들을 워크숍에서 공유할 수 있었던 것이 보람 있었기 때문이었다.
워크숍을 마치고 난 후 워크숍에 대한 서베이 결과를 공유받았는데 다행히도 그간 구글 코리아에서 진행했던 워크숍 중 만족도가 가장 높게 나왔다고 했다.
정말 다행이고 감사하다.
워크숍은 단 하루였지만, 그 이후에도 링크드인을 통해 참석하신 많은 분들이 개별적으로 연락을 해주셨고 그중 미국 진출을 꿈꾸는 어떤 디자이너 분을 따로 만나 미국에 있는 또 다른 지인들을 소개시켜 줄 수도 있었다.
이 워크숍을 위해 머물렀던 한국에서의 시간은 짧았지만, '이 워크숍을 하기로 제안했던 건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라는 생각에 한국에서 머무는 시간 내내 계속 뿌듯한 마음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느낀 게 있다.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누군가는 무모하다고 했던, 40대 중반에 미국에서 UX 디자이너로 일하고 싶다는 꿈 하나만을 가지고 도전했던 그 7년 전의 스토리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움직였을 때만, 생각지도 못했던 길이 열렸다.
할까 말까 할 땐 그냥 하자.
이번 경험을 계기로 또 어떤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벌어지게 될 누구도 알 수 없는 미지의 일들과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에
50이 넘은 이 중년의 디자이너는
여전히 마음이 두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