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몰랐지만, 후에는 알게 되는 것들

12층 피클

by그레이스 그레이트

김하고, 12층 사는 분이 담가준 피클만 꺼내도 밥 한 끼가 됩니다.

이 집에 이사 온 지도 어느새 10년입니다.


12층 아저씨는 택시기사였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면 가볍게 인사만 나누던 사이였는데, 어느 날 제가 먼저 말을 걸었습니다.


“저희 집도 택시 합니다.”


그 말 하나로 남편과 당구도 치고, 밥도 함께 먹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사람 사이의 거리는 생각보다 작은 문장 하나로 가까워지기도 합니다.


어떤 날은 누구를 만나도 반갑고 인사도 깊어집니다.

그런데 너무 힘든 날에는 엘리베이터 벽만 바라봅니다.

예전엔 그런 제 모습이 싫었는데, 이제는 압니다.


‘아, 오늘은 내가 좀 지쳤구나.’


토요일이면 하루 종일 누워 있기도 합니다.

가장 쉬운 선택만 하면서요.


예전엔 라면으로 끼니를 때웠습니다.

나를 돌본다는 게 뭔지도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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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 나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그래서 오늘도 나를 연구합니다.고치려 하기보다 이해하기.비난하기보다 관찰하기.판단하기보다 기록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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