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길이 아니었다.
신명기 29장 앞에서, 다시 출근을 생각한다.
내 안에 무엇이 있는지 가만히 들여다본다.
뭐지.
나는 지금 뭘 무서워하고 있지.
나흘의 연휴를 잘 보냈다. 예배를 드렸고, 수영도 했고, 집을 정리했고, 남편과 시간을 보냈다. 쉬었으니 내일 다시 출근하면 된다.
그런데 마음 한쪽이 벌써 내일에 가 있다.
또야가 먼저 말을 건다.
‘내일 가면 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잖아.’
‘또 머리가 아프면 어떡해.’
‘네가 감당하지 못할 일이 생기면?’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내일을 또야는 오늘 밤으로 끌고 온다.
그제야 알았다.
아, 나는 출근이 두려운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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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7시 35분.
두 시간쯤 지나면 잠자리에 들 시간이다.
오늘 읽은 말씀은 신명기 29장 1절부터 13절, 제목은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였다.
모압 땅에서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다시 언약을 말한다. 그들은 이미 많은 것을 보았다. 애굽에서 행하신 일도, 큰 시험과 이적과 기사도 보았다.
그런데 모세는 이상한 말을 한다.
“그러나 깨닫는 마음과 보는 눈과 듣는 귀는 오늘까지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주지 아니하셨느니라.”
보았다고 아는 것은 아니었다.
겪었다고 깨닫는 것도 아니었다.
그 문장 앞에서 한동안 멈췄다.
나도 그렇지 않은가.
살 만큼 살았고, 일할만큼 일했다. 사람도 많이 만났고 실패도 제법 했다. 이만큼 왔으면 세상을 조금은 알 것 같았는데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다.
막내일 때는 직급이 올라가면 답답한 일이 줄어들 줄 알았다. 영향력이 생기면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좀 더 쉽게 해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팀장이 된 지금도 사람의 생각 하나 움직이는 일은 어렵다.
내가 설득하고 싶었던 것은 누구였을까.
동료였을까.
세상이었을까.
어쩌면 끝내 설득되지 않는 나 자신이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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