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벌의 옷이 한 벌로 돌아왔다
신명기 29장 14절부터 21절
옷장 깊숙한 곳에서
원피스 한 벌과 치마 한 벌을 꺼냈다.
십 년 가까이 입지 않은 옷이었다.
원피스는 몸에 맞지 않았고
치마는 그대로 입기에는 어딘가 어색했다.
버릴까 하다가
두 벌을 나란히 펼쳐놓았다.
원피스의 윗부분과
치마의 아랫부분을 이어 보면 어떨까.
나는 두 옷을 들고
수선집으로 갔다.
“이것과 이것을 붙여서
한 벌로 만들 수 있을까요?”
수선해 주시는 여사님이
두 옷을 번갈아 살펴보았다.
천을 맞대보고
허리선을 짚어보더니 말했다.
“이거 대단한 아이디어인데요.
요즘은 이렇게 고쳐 입어야 해요.”
며칠 뒤
따로 살던 두 벌의 옷이
한 벌이 되어 돌아왔다.
십 년 동안 옷장에 갇혀 있던 옷이
다시 내 몸 위에서 움직였다.
나는 거울 앞에 서서
허리선을 한번 쓸어보았다.
새 옷을 샀을 때와는
조금 다른 기쁨이었다.
무언가를 더 가진 기쁨이 아니라
버려질 뻔한 것을 다시 살린 기쁨.
오늘 신명기 29장을 읽다가
그 옷이 생각났다.
모세는 모압 땅에 선 이스라엘 백성에게
다시 언약을 들려준다.
그 언약은
지금 하나님 앞에 서 있는 사람에게만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아직 그 자리에 없는 사람,
앞으로 태어날 후대에게까지 이어지는 언약이었다.
그러니 오늘 한 사람의 선택은
그 사람에게서 끝나지 않는다.
한 사람의 마음에서 자란 뿌리가
가족과 공동체,
다음 세대의 땅에까지 뻗어간다.
모세는 하나님을 떠나
다른 신을 섬기는 마음을
독초와 쑥의 뿌리에 비유했다.
땅 위로 돋아난 잎이 아니라
아직 보이지 않는 뿌리였다.
아무도 모르는 마음속에서
조용히 자라는 것.
겉으로는 언약 안에 서 있으면서
속으로는 자기가 원하는 길을 가고,
그러면서도 스스로에게
나는 평안할 것이라고 말하는 마음.
말씀 앞에서
나의 우상이 무엇인지 물었다.
돈일까.
일일까.
인정일까.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한 사람이 떠올랐다.
나다.
내가 섬긴 우상은
바로 나였다.
나는 나에게 가장 좋은 것을 먹인다.
달걀을 살 때는
난각번호 1번을 찾는다.
고기는 한우를 고르고
두부를 살 때는 국산 콩을 확인한다.
올리브유도
조금 더 향이 좋고 맛있는 것을 고른다.
먹는 것만 그런 것이 아니다.
옷 하나를 사더라도
흔하지 않은 것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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