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처음 맛보는 것처럼

동국대 명상지도자과정 20주의 기록(13/20)

by뜻지

먹기 명상과 차 명상

이번 수업에서는 신수심법의 위빳사나 통찰의 마지막 부분인 법염처를 마무리하고, 먹기 명상과 차 명상의 시간을 가졌다.

담임 강사님의 말씀대로,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먹고 마시는 행위를 통해 오감과 알아차림을 깊이 경험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먹기 명상의 재료로 너무도 유명한 건포도가 준비되어 있어 무척 반가웠다. 먹기 명상을 다른 자리에서도 경험해 보긴 했지만, 먹기 명상의 바이블과도 같은 '건포도' 먹기 명상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평소에 건포도를 좋아하진 않았지만, 더운 날씨에 기력이 빠진 상태여서 달큼한 간식을 먹는다는 생각에 살짝 들떴다. 그런데 웬걸, 종이컵을 받고 보니 건포도가 달랑 세 알만 들어있었다.

선생님께서는 '마치 이전에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것처럼 흥미와 호기심을 가지고 천천히 건포도를 살펴보라.'라고 하셨다. 새끼손톱보다 작은 건포도 한 알을 들고 찬찬히 들여다봤다. 한참을 보다 보니 미처 몰라봤던 건포도의 새로운 면모가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건포도는 꽤나 광택이 있었다. 건포도를 만진 집게손가락에는 건포도에서 나온 끈적한 기름이 적지 않게 묻어 나왔다. 건포도의 색은 검거나, 어두운 보라색만 있지 않았다. 어떤 부분에서는 고동색과 밝은 갈색이 보이기도 했다. 건포도는 마냥 무르지 않은 말랑한 촉감이었지만, 어떤 부위는 몹시 딱딱했고 씨앗이나 가지가 그대로 굳은 것처럼 보였다.

건포도 한 알을 요리조리 뜯어본 지 2분쯤 지났을까. 드디어 건포도 한 알을 입 안에 넣을 수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건포도를 혀 위에 올려두고 그 무게를 느껴보라고 하셨다. 혀 위에 음식을 올려두고 의식적으로 그 무게를 느껴보는 건 처음이라 낯설고 신기했다. 건포도를 씹지 않고 입 안에 한참 동안 머금고 있으니 마치 페스츄리처럼 건포도가 한 겹, 한 겹 벗겨지며 허물어졌다. 내 손 위의 있을 때의 단단함을 잃었을 건포도 한 알의 잔해를 천천히 음미했다. 새끼손톱보다 작은 음식이지만 이렇게까지 시간을 들여가며 먹다 보니 은근히 허기가 가시는 느낌도 들었다. 먹기 명상을 마무리하며 생각을 나누는 자리에서 이 후기를 전하며, 평소에 음식을 먹을 때 너무 급하게 또 너무 많은 양을 먹고 있었던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고 발표했다.

선생님께서는 발표 내용에 무척 공감해 주시며 이런 말씀을 나누어주셨다. '제 지도자 과정 시연 주제가 바로 이 먹기 명상이었는데요. 먹기 명상은 실제로 거식증과 폭식증 치료에 활용되기도 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유튜브나 숏츠 등 밥을 먹으면서도 폰을 내려놓지 못하는데요. 영상을 보면서 동시에 밥을 먹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은 그 찰나 찰나가 끊임없이 왔다 갔다 하고 있는 상태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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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교사를 천직으로 여기고 애정합니다. 읽고 쓰기를 좋아하고, 요가하는 할머니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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