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명상지도자과정 20주의 기록(9/20)
낮에는 꼭 한여름 날씨 같았다. 필동면옥에서 평양냉면 한 그릇을 먹으니, 더욱 여름날 같았다. 어린 학생들로 가득 찬 대학가를 거닐다 보면 그 활력에 내 기운도 차오른다. '인생의 한여름, 참 예쁜 시절을 보내는구나.' 이제는 웬만한 내 제자들보다 더 어리고 앳된 학생들을 부러워하며 교정을 거닐다가, 뜬금없이 경품 당첨이 되었다. 하하 무려 4등 경품! 늙어버린 몸을 여전히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정신연령 덕분에 말랑콩떡한 선물 하나에 그저 행복했다.
9주 차. 오늘도 수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호흡명상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교수님께서 갑자기 내 눈을 빤히 바라보시더니, "자네가 한 번 교호호흡 명상을 진행해 보게." 하시지 않는가. 정말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일어나서 얼레벌레 시범을 보였다. 꿈바까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은 부분이 아쉽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이어서 교수님께서는 코호흡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시며 갑자기 꿀잠 밴드를 입에 붙이고 호흡 시범을 보이셨고, 남는 꿀잠 밴드를 선물로 주셨다. 오늘 받은 두 번째 깜짝 선물.
선물 같은 하루의 정점은 세 번째였다. 말랑콩떡이를 자랑하는 인스타 스토리를 올렸는데, 동국대가 모교인 제자에게서 DM이 왔다. 얼마 전 취직을 한 제자가 동아리 후배들을 만나러 오는 길이라 했다. 공대 근처 카페에서 제자와 함께 차 한잔을 마셨다. 취준을 준비하며 있었던 에피소드, 면접관의 꿀팁과 비수, 입사한 회사에서 받고 있는 교육들. 열세 살 때의 얼굴이 여전히 남아있는데. 그 동그랗고 귀엽던 아이가 어느새 이렇게나 다 자라서 슬롯인으로 첫발을 내딛다니. 30여분 짧은 수다를 급만남이었지만, 선물 같은 하루의 화룡점정이 아닐 수 없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명상 지도자 과정도 벌써 9주 차다. 앞으로 4주 동안은 위빠사나에 대해 배우게 된다. 8주 차까지의 강의는 요가나 마음챙김교육에서 한 번쯤은 접해본 내용들이라 익숙했지만, 위빠사나와 간화선과 같은 정통 불교 명상은 아직 생소했다. 참고 도서부터 어려워지기 시작했지만 현대 명상의 뿌리가 결국 불교의 전통적 수행법으로부터 시작되었으니, 드디어 근본을 만난 기분이다.
미국의 3대 통찰지도자인 조셉 골드스타인, 잭 콘필드, 샤론 샐즈버그는 남방불교의 집중명상으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남방불교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으로부터의 자유를 통한 깨달음(아라한)을 목표로 한다. 존 카바진의 MBSR은 남방불교의 통찰 명상 기법과 선불교의 철학적 태도가 현대 의학의 언어로 재탄생했다고 할 수 있는데, 존 카바진은 남방불교뿐만 아니라 티베트불교의 수행자들과도 깊은 교류를 나눈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북인도 출신의 붓다고사는 5세기 전반경에 활동한 인도의 수행자로, 상좌부 불교의 교리를 집대성한『청정도론 Visuddhi-magga』의 저자이다. 이 청정도론을 중심으로 오늘날까지 남방의 테라바다 불교로 전성되었고 스리랑카, 미얀마, 태국, 라오스 등의 동남아 지역 국가에서는 빨리어로 된 경전을 중심으로 수행하고 있다. 상좌부 불교 명상의 핵심 경전은 『대념처경大念處經Mahasatipatthana sutta』으로, 교수님께서는 각묵스님의 『네 가지 마음 챙기는 공부』를 토대로 이번 수업을 진행해 주셨다.
비구들이여, 여기 비구는 몸에서 몸을 관찰하며 머문다.
느낌들에서 느낌을 관찰하며 머문다.
마음에서 마음을 관찰하며 머문다.
법에서 법을 관찰하면 머문다.
세상에 대한 욕심과 싫어하는 마음을 버리면서 근면하게,
분명히 알아차리고 마음챙기는 자 되어 머문다. -대반열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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