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좀 짜치는 이야기가 있어.”
퇴근길에 동행하게 된 선이에게 오늘 아침 내 머리에 강하게 꽂힌 생각을 털어놨다. 그 이야기는 선이이기 때문에 꺼낼 수 있는 이야기였다. 내가 어떤 말을 해도 내뱉어진 말로 나를 단정하거나 밀어내지 않을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침에 유튜브를 봤어.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이라는 성분에 관한 이야기였거든. 인체에서 만들어지는 성분을 이용한 다이어트약 이래. 그래서 부작용은 적고 효과는 좋대.”
“위고비 말하는 건가?”
“그건 잘 모르겠어. 어쨌든 그 약이 비싸긴 하지만, 비만 치료하는데 엄청 효과적이래.”
“오~ 그래?”
그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는 선이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얼토당토않은 실수를 저지르고 눈치 보는 사람처럼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뜸을 들였다. 퇴근길 만원 지하철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옆 사람에게 내 말이 들리지 않도록 그녀에게 얼굴을 밀착시키며 말했다.
“그 약이 보편화되면 이제 세상에는 날씬한 사람만 존재하겠다는 생각이 드니까… 위협을 느꼈어.”
“어? 왜?”
“내가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장점이 날씬한 건데, 그게 더 이상 내 메리트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진짜 어이없지?”
예상치 못한 나의 답변에 그녀의 입과 눈이 따로 놀았다. 블랙코미디를 본 듯 웃는 입과 달리 눈빛은 어떤 말을 하고 싶은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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