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로는 안 될 것 같아서.

by윤진

처음으로 독감에 걸렸을 때였다. 계약 기간이 끝난 집과 새로 이사할 집 사이, 잠깐의 공백에 독감이 끼어들었다. 2평 남짓한 고시원 방에서 닷새 동안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다가 통증에 눈이 떠지면 바닥으로 내려와 웅크려 앉았다. 창문도 없는 조그만 방에서 아픈 몸을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자리를 바꿔주는 것밖에 없었다. 그래도 견딜 수 있었다. 그때는 몸만 아팠으니까.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어느 새벽, 그날과 비슷한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았다. 접수를 마치고 대기실에 앉아 내 이름이 호명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이상했다. 택시에서 내려 찬바람을 맞으며 응급실로 걸어오는 동안 가라앉기 시작한 통증이 점점 옅어지고 있었다.


앰뷸런스를 타고 들것에 실려 오는 사람들과 신음하며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응급실은 붐볐다. 앉아 있을수록 눈치가 보였다. 내 차례를 기다리는 것이 정작 치료가 시급한 사람들의 기회를 빼앗는 일처럼 느껴졌다. 그렇다고 돌아가자니 여기까지 오느라 쓴 택시비가 아까웠고, 집에 돌아간 뒤 통증이 다시 시작될까 두려웠다. 이제는 몸보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흑흑흑….”


건너편 의자에 앉아 있던 남자가 갑자기 바닥에 엎드리더니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무엇을 잘못했다며, 제발, 제발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와 같은 공간에 더는 있고 싶지 않았다. 망설이던 내 발걸음을 그의 울음소리가 떠밀었다.


‘아까 느낀 구토 증상은 몸이 아니라 마음 때문이었나.’


병원 근처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았다. 당장 집에 돌아가기는 불안해서 조금 더 머물다 갈 생각이었다. 가벼운 감기 몸살로 시작된 통증이 세 시간 만에 견딜 수 없을 만큼 심해졌다가 거짓말처럼 가라앉았으니, 안심할 수 없었다.


간간이 지나가는 차들과 사람들을 바라보며 몇 시간 전의 일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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