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적인 비교

1부 - 나는 왜 나로 살기가 어려웠을까

by윤진

“나… 좀 짜치는 이야기가 있어.”


퇴근길에 동행하게 된 선이에게 오늘 아침 내 머리에 강하게 꽂힌 생각을 털어놨다. 그 이야기는 선이이기 때문에 꺼낼 수 있는 이야기였다. 내가 어떤 말을 해도 내뱉어진 말로 나를 단정하거나 밀어내지 않을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침에 유튜브를 봤어.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이라는 성분에 관한 이야기였거든. 인체에서 만들어지는 성분을 이용한 다이어트약 이래. 그래서 부작용은 적고 효과는 좋대.”

“위고비 말하는 건가?”

“그건 잘 모르겠어. 어쨌든 그 약이 비싸긴 하지만, 비만 치료하는데 엄청 효과적이래.”

“오~ 그래?”


그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는 선이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얼토당토않은 실수를 저지르고 눈치 보는 사람처럼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뜸을 들였다. 퇴근길 만원 지하철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옆 사람에게 내 말이 들리지 않도록 그녀에게 얼굴을 밀착시키며 말했다.


“그 약이 보편화되면 이제 세상에는 날씬한 사람만 존재하겠다는 생각이 드니까… 위협을 느꼈어.”

“어? 왜?”

“내가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장점이 날씬한 건데, 그게 더 이상 내 메리트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진짜 어이없지?”


예상치 못한 나의 답변에 그녀의 입과 눈이 따로 놀았다. 블랙코미디를 본 듯 웃는 입과 달리 눈빛은 어떤 말을 하고 싶은 눈치였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윤진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나를 이해하기 위해 쓰고, 다시 살아가기 위해 씁니다.

99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4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2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20화먹고사는 데 지장은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