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함을 흉내 낸 시간

1부 나는 왜 나로 살기가 어려웠을까

by윤진

꽤 큰돈을 내고 독서 모임에 참여한 적이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넉 달 동안 모이는 데 드는 비용은 20만 원 정도였다. 30대 초반의 내게는 선뜻 지급하기가 부담스러운 금액이었지만, 망설임 끝에 모임을 신청했다. 지금의 나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곳에 가면 내가 닮고 싶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은 바카라을 읽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곁에 있다 보면, 나도 조금은 그들과 비슷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내 삶에도 어떤 변화가 시작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나는 바카라을 읽기 위해서라기보다, 어쩌면 좋은 바카라을 읽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서 독서 모임에 돈을 지급했다.


ㅡ

모임은 기대한 그대로였다. 그곳에는 저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세계가 분명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반짝임은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에서부터 드러났다. 재즈를 좋아한다고 말한 사람에게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재즈는 처음에 어떻게 좋아하게 됐어요?”

“재즈를 잘 모르는 사람은 어떤 곡부터 들어야 해요?”

“가장 좋아하는 재즈 연주자는 누구예요?”

“서울에 자주 가는 재즈 바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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