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나는 왜 나로 살기가 어려웠을까
“넌 나한테 그 말을 왜 한 건데?”
언니의 물음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말을 듣기 전까지 나는 내가 상처받은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언니가 나를 서운하게 했고, 나를 소외시켰으며, 그러므로 사과해야 할 사람도 언니라고 믿었다. 하지만 언니의 한마디는 내가 서 있던 자리를 단숨에 뒤집어놓았다.
그때의 나는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별하지 못하는 열네 살이었다. 열네 살은 원래 그런 나이라는 뜻이 아니다. 나는 그 나이가 되도록 내가 뱉은 말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 어떻게 가닿는지 생각할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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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 언니를 알게 된 건 교내 합창대회 때문이었다. 당시 반장이었던 나는 지휘자를 맡아 반 아이들의 합창 연습을 이끌어야 했다. 합창부 활동을 해본 적도, 노래를 잘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반장이라는 이유로 대회를 준비하게 됐다. 준비는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어떤 노래를 부를지를 정하는 것에서부터 의견이 분분했다. 노래는 투표 끝에 겨우 영화 「알라딘」의 주제곡으로 정했다. 파트를 나누는 것과 연습 방법은 각자 생각해 온 뒤 다음 날 결정하기로 했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한숨이 푹푹 새어 나왔다.
‘카세트 플레이어를 가져와 음악을 따라 부르게 해야 하나?’
‘파트별로 연습하다가 대회를 앞두고 다 같이 맞춰보면 될까?’
중학교 1학년은 처음 겪는 일투성이었다. 어떤 새로움은 마음을 설레게 했고, 어떤 낯섦은 달아나고 싶게 했다. 합창대회는 부담스러우면서도 잘 해내고 싶은, 그 사이 어딘가에 놓인 일이었다. 잔뜩 미간이 찌그러진 이마에 미지근한 바람이 닿았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계절이었다. 피부에 닿는 공기는 아직 따뜻했고,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이 달아오른 몸을 기분 좋게 식혀주었다. 그 바람을 따라 익숙한 음악이 들려왔다. 아름다운 여자들의 목소리였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 맞은편에는 여자상업고등학교가 있었다. 노랫소리는 그 학교 운동장 벤치 쪽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그 노래는 우리가 부르기로 한 알라딘의 주제곡이었다.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가던 길을 되돌아 여상의 교문으로 향했다. 벤치에는 열대여섯 명의 언니들이 모여 합창 연습을 하고 있었다. 멀찍이 앉아 노래를 듣다가 연습이 끝날 무렵 한 언니에게 다가갔다. 여러 명의 목소리를 두 손으로 이끌던 언니였다.
“저기,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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