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는 돌에도 이끼는 낀다.

2부 더 잘 살고 싶은 마음이 나를 괴롭힐 때

by윤진

"좀 더 기다렸다가 살걸. 괜히 싱크대용으로 사서는, 되는 것보다 안 되는 게 더 많아."


아빠의 불평이 또 시작됐다.

저렴한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를 샀다가 부피만 크고 자리만 차지한다며, 싱크대 설치형으로 바꾼 지 한 달째였다. 그사이 텔레비전에서는 크기도 작고 무엇이든 다 갈아주는 음식물 처리기 광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 광고를 본 아빠는 싱크대용 처리기에는 과일 씨앗도, 심지어 파 껍질도 넣을 수 없다며 못마땅해했다. 제품을 설치할 때부터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일 터였다. 그런데도 설치를 마친 뒤 더 좋은 제품이 나오자 새삼 불만을 터뜨리는 것이었다.


예전에는 그런 아빠의 모습이 너무 싫었다. 아빠의 피해의식은 대화 중에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안 그래도 벅찬 삶에 아빠의 투정을 듣다 보면, 간신히 버티고 있던 마음마저 휘청거려 자리를 피하곤 했다.


그랬던 내가 요즘 들어 아빠를 닮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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