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나를 미워하는 대신 이해하는 일
수납 상자에서 수건 두 개를 꺼내 식당방과 화장실에 갔다. 출근하자마자 시작하는 나의 루틴은 어제 사용한 수건을 빼서 새 수건으로 바꾸어 놓는 일이다. 매일 같은 수건이 걸려있는 게 꺼림직해서 시작한 일이 어느새 내 업무처럼 되어버렸다.
자진해서 내 업무로 만들어 버린 일은 이것 말고도 더 있다. 식당방에 걸린 달력 보드에 그 달의 날짜와 생일자 이름을 적는 것. 주문한 간식이나 물품이 도착하면 보기 좋게 정리해 놓는 것 같은, 아주 사소한 일들이다.
밥을 먹지 않고 출근한 날에 그 사소한 일들에 시간을 쏟느라 밥 먹는 시간이 부족한 것 말고는 불편한 게 없어서 불평하지 않았다.
하루는 개인적인 일이 생겨 늦게 출근을 했다. 어제 걸린 수건이 그대로 걸려 있었다. 나는 그 앞에 서서 한참을 쳐다봤다. 내가 수건을 간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나만 사용하는 것도 아니었다.
다음날부터 그동안 해왔던 일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며칠 동안 같은 수건을 계속 썼고, 도착한 택배는 오래도록 데스크 앞에 놓여있었다. 결국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지만, 좋은 마음으로 하던 예전과는 마음가짐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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