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나를 미워하는 대신 이해하는 일
“나는 여기다 줘.”
엄마가 말했다.
엄마가 내민 그릇엔 양념이 흥건히 묻어 있었다.
조금 전 오이무침을 만들던 커다란 스텐 양푼이었다.
딸내미 집에 와서도 여전히 설거지 걱정부터 하는 엄마였다.
나는 고개를 저으면 들고 있던 밥그릇에 밥을 펐다.
“설거짓거리만 늘어나잖아. 그냥 여기다 줘.”
대답 대신 엄마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 아직 내 안에서조차 채 정리되지 않은 마음속 이야기를 엄마에게 건넸다.
어떻게 이야기를 매듭지어야 할지 몰랐지만,
꼭 엄마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최근 들어 아침마다 마주하게 되는, 어느 50대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말이다.
ㅡ
요즘 나는 건너편 빌라에 사는 50대 여자를 자주 보게 된다.
아침마다 새로운 루틴이 생긴 뒤로, 자연스레 그녀가 내 시선에 들어왔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 나는 테라스로 나가 한 시간 동안 멍하니 앉아 햇볕을 쬔다.
마침 그 시간이면 그녀도 옥상을 가꾸기 위해 올라온다.
그녀 역시 고개를 돌리면 나를 볼 수 있지만,
가만히 앉아 있는 나와 달리 그녀는 옥상을 가꾸는 데 여념이 없다.
ㅡ
그녀의 옥상엔 꽃들이 가득하다.
옥상정원이라는 이름이 어울릴 만큼 다양한 꽃들이 피어있는데,
그중에서도 압권은 철 프레임으로 만든 장미 터널이다.
장미축제에서나 볼 법한 터널이 옥상에 있다.
덕분에 내 눈이 날마다 호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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