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나를 미워하는 대신 이해하는 일
같은 내용인데,
어째서 이번에는 그 문장이 마음에 와닿았던 걸까?
주체할 수 없던 감정이 이내 잠잠해졌다.
감정은 타인만큼이나
알 수 없는 존재인 듯했다.
ㅡ
그날은 주짓수 도장에 나를 포함해 여성 관원이 세 명 있었다.
보통은 동성끼리 파트너가 되어 기술연습을 진행하지만,
이번처럼 인원이 홀수면, 남녀가 짝을 이루거나, 여자 셋이서 한 팀이 되어 번갈아 가며 운동을 하기도 한다.
관장의 시범이 끝나고 각자 짝을 지어 연습할 차례가 되었다.
한 여성 관원이 홀로 뚝 떨어져 있는 게 보였다. 몇 주 전 함께 삼겹살을 먹었던 이였다.
그녀에게 다가갔다. 셋이서 같이 연습하자고 말할 요량이었다. 정면을 보고 서 있는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그러나 그녀는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다시 그녀의 어깨를 건드렸다. 처음보다 강하게. 이번에는 말도 건넸다.
“같이 연습해요.”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내 쪽을 바라보지 않았다. 목에 깁스를 한 사람처럼 그녀는 빳빳하게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관장님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는지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녀에게 남성 파트너를 지정해 주었다. 그녀는 그제야 환하게 웃으며 상대에게 인사를 건넸다.
내 쪽은 여전히 쳐다보지 않았다.
묘하게 기분이 상했다. 심증만 가득한 상황은 사람의 마음을 더 옥죄어온다. ‘내가 예민한 건가’ 같은 생각으로 화살을 자꾸만 내 잘못으로 돌리게 만든다. 씁쓸한 마음을 안고 다른 여성 관원에게 돌아갔다.
ㅡ
기술연습이 끝나고 잠시 숨을 고르러 정수기로 향했다. 그녀가 먼저 와 물을 마시고 있었다. 정면으로 마주친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 지냈어요?”
“아… 네.”
그녀는 웃는 것도 찡그린 것도 아닌 애매한 표정으로 내 인사에 응했다. 눈은 전혀 나를 바라보지 않았다.
‘뭐지? 그날 내가 그녀에게 실수한 게 있었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몇 주 전 운동을 마치고 그녀를 포함한 여성 관원 셋이서 삼겹살을 먹은 날을 떠올렸다. 운동 후 처음으로 도장 사람들과 저녁을 먹은 자리였다. 매트 위에서 짧은 대화를 나눈 게 전부였던 우리는 그날 어떻게 운동을 시작하게 됐는지, 쉬는 날엔 무얼 하는지,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같은 소소한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의 기분을 상하게 할 주제는 아무것도 없었다.
슬슬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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