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나는 왜 나로 살기가 어려웠을까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말이 있다. 예전에는 버릇이란 좀처럼 고치기 어렵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다르게 들린다. 버릇이 여든까지 가는 이유는 고치기 어려워서가 아니라, 자신에게 그런 버릇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나 역시 최근에서야 미처 몰랐던 버릇 하나를 알게 됐다. 그 버릇에 관한 최초의 기억은 초등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날 나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출했다. 엄마에게 화가 나서 영영 돌아오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집을 나갔다. 엄마가 또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엄마의 약속에는 늘 조건이 붙었다.
“윤진이가 ~하면 이거 해줄게.”
“윤진이가 ~하면 그거 사줄게.”
나는 엄마가 내민 조건을 열심히 지켰다. 그리고 기대에 찬 눈빛으로 엄마를 바라봤다. 하지만 엄마는 언제나 시침을 뚝 떼곤 했다.
“내가 언제?”
엄마가 그런 얼굴을 하면 나는 더 말하지 못했다. 몇 번을 울고 떼를 써도 달라지지 않았으니까.
그 당시의 일기장에는 ‘미워 죽겠다’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엄마도 미웠고, 아빠도 미웠고, 집도 미웠다. 어찌나 꾹꾹 눌러 적었는지, 깨끗한 뒷장에도 ‘밉다’라는 흔적이 비쳐 있었다. 가출하기로 결심한 그날은 그 미움이 쌓이고 쌓여 터진 것이다. 빨래하는 엄마를 뒤로하고, 있는 힘껏 대문을 쾅 닫고 밖으로 나왔다.
집을 나오자마자 동네 슈퍼에 들렀던 기억이다. 먹을 것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단지 허기가 져서였는지는 모르겠다. 한 손엔 음료를, 다른 한 손엔 과자를 들고 씩씩거리며 산을 오르던 장면이 생생하다. 그 당시 집 근처에 산이 있었는데, 그곳에는 친구들과 만든 아지트가 있었다. 산을 오를수록 잔뜩 힘이 들어갔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꾸역꾸역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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