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나는 왜 나로 살기가 어려웠을까
누구에게나 자다가 ‘이불킥’ 하는 순간이 있다. 그것은 오늘 낮에 있었던 일일 수도 있고, 불현듯 떠오른 까마득히 먼 옛날의 일일 수도 있다. 부끄러움으로 무장한 사건은 시간으로 변색되지도 통제되지도 않는다. 언제고 그 순간에 존재했던 세포들이 일제히 깨어나 몸 곳곳에서 그날을 재생한다.
자려고 누운 침대 위에서 느닷없이 그날의 장면 하나가 눈앞에 되살아 났다.
그 일은 내가 갓 스무 살이 되던 해에 벌어졌다. 아니다. 이 사건은 이미 그보다 더 이전, 그러니까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중학교 때 나는 동네에서 가장 큰 미용실에 다녔다. 다른 곳과 달리 그곳은 나를 어린애 취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게도 늘 “차를 준비해 드릴까요?”라고 물으며 어른인 손님을 대하듯 깍듯했다. 커트 전에 머리를 감겨주는 것도 좋았고, 인테리어도 멋들어졌다. 높은 층고에 통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은 그곳에 앉아 있는 나를 특별한 사람이라는 착각이 들게 했다.
내 아지트와 같은 그곳에 단 한 가지 불편한 점이 있다면, 어릴 적 내가 다녔던 유치원의 원장님도 그곳을 자주 찾는다는 것이었다. 그곳에서 그녀와 마주칠 때마다 나는 양가적인 감정을 느꼈다. 만날 때마다 그녀는 나를 엄청나게 치켜세워주었고, 그럴 때면 나는 들뜨면서도 한숨이 나왔다.
그녀가 나를 그렇게 대하는 건 오로지 그녀의 딸 때문이었다. 그녀에게 나를 ‘공부 잘하는 언니’라고 전하며, 내게 학습 비법을 전수받고 싶어 한 것이다. 학급 임원 회의에서 나를 봤다는 이유 하나로 말이다. 처음 그녀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했던 말이 기억난다.
“너 공부 잘한다며~”
그 말은 질문이 아니었다. 음절만 올라갔을 뿐, 그녀에게 나는 이미 ‘공부 잘하는 아이’였다. 나는 대답 대신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아마 내가 “아니에요.”라고 답했더라도 겸손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녀의 딸과 나는 고등학교도 같은 곳에 진학했다. 그리고 나에게 덧씌워진 “공부 잘하는 언니”라는 인식은 더욱 공고해졌다. 이번에도 역시 학급 임원 회의에서 나를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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