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자리에서 발견한 것들

-더 나은 나 대신, 더 온전한 나

by김글리

뜻밖의 일을 당하고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이게 만약 여행 중 일어난 일이라면 어떨까?’


여행을 하다 보면 뭔가를 얻기도 하고, 뭔가를 잃기도 한다. 예상밖의 일이 벌어져 당황하기도 한다. 여행하는 동안에는 하루하루가 빠르게 지나가기 때문에 내가 어떤 길을 지나고 있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여행이 끝나고 돌아보면 보인다. 내가 어떤 길을 지나왔는지, 무엇을 경험했는지, 그리고 그 경험이 내게 무엇을 남겼는지가.


돌아보니 사기 사건과 그 이후의 시간도 그랬다.

당시는 너무 고통스러워서 보이지 않지만, 지나고 나서야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무엇을 경험하고 있었는지를.



고통이 바꾼 질문들

보통 사람이 바뀔 때는 기존의 나를 어느 정도 간직한 채, 새로운 나로 이동하려고 한다.

조금씩 바꾸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필요 없는 것을 내려놓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방식이다.


그런데 사기 사건은 그런 방식이 통하지 않았다. 보존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모든 게 한꺼번에 무너졌으니까. 돈만 잃은 게 아니라, 사람에 대한 믿음도, 나에 대한 믿음도, 삶에 대한 통제감도, 앞으로의 계획도, 모두 흔들렸다.


평소 나는 이런 질문을 즐겨했다.

“나는 왜 이렇지?”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지?”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지고 발전할 수 있을까?”


그런데 삶이 무너지자, 질문이 달라졌다.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내가 아는 것은 무엇이고, 앞으로 무엇을 믿고 살아야 할까?”

“무엇이 정말 중요한가?”

“이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



밑바닥에서 발견한 것들

사기사건은 기존의 삶을 구성하던 프레임 자체가 해체되는 경험이었다.

내 세계가 순식간에 무너지며, 나의 정체성도, 세계관도 같이 붕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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