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구하는 건 결국 나

어둠 속에 머물러야 별이 보인다

by김글리

"별을 찾으려면 어둠 속으로 들어가라"는 말이 있대.

도심에서 별을 보기 어려운 게 공해 때문이라고 생각하잖아.

그런데 도시의 수많은 불빛들, 잡광이 별빛을 가리기 때문에 안 보인다는 거야.

원하는 별을 보려면 점점 더 어둠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거지.

별을 보려면 짙은 어둠을 찾아가라는 말이 무척 인상 깊었어.

나에게도 해당될까?


stars raywong2016-star-trails-1247850.jpg더 짙은 어듬 속으로, 그래서 네가 가장 보고 싶은 별은 뭔야?


깊은 어둠 속에서


요즘 나는 어둠 속에 있는 것 같다. 일주일 전부터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내 자랑 중 하나가 잘 자는 거였는데, 깊게 잠들지 못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다시 쓰러지고 싶을 만큼 피곤한 나날이 일주일 넘게 이어졌다. 피곤함은 극심한 짜증으로 몰려왔고, 짜증은 분노로 번졌다. 사소한 일에도 화가 솟구쳤고, 오늘 아침에는 급기야 신이 있다면 찢어 죽여버리고 싶을 만큼 화가 차올랐다.


그 화는 결국 나의 지금 상황에 꽂히기 시작했다.


내가 대체 왜 이 모양이 된 거지? 이게 다 사기사건 때문 아냐? 난 이미 가진 걸 모두 뺏겼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은 상태에서 죽을힘을 다해서 지옥을 건너왔는데... 그런 나를 기다린 건 극심한 무기력과 우울뿐이었어. 씨발, 진짜 엿같네.


내 신경계가 파업해 드러누운 상태가 거의 8개월째다. 혹시 건강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닌가 해서 검진받았는데 다 정상이란다. 아주 조금씩 상태가 좋아지고는 있지만, 이전과 달리 너무 쉽게 지치고, 조금만 애를 써도 바로 방전된다. 무기력을 겪으며 몸무게가 4킬로 정도 늘었다. 발목을 다쳐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로 2년을 지나왔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식단조절뿐이다. 몇 개월 동안 정말 열심히 했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는 게 별로 없었다. 아니, 별로 바뀌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화가 크게 솟구쳤다.

아무리 죽어라 노력해도,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내 삶은 전혀 나아지지 않는 것처럼 느껴져서, 그게 너무너무 화가 났다.


'내가 대체 어디까지 애를 써야 하는 거지? 내가 대체 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사기를 당한 것도 억울해 죽을 거 같은데, 그런데도 누구 하나 도와주지 않는 것도 원망스러웠다. 내가 혼자 잘해가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가족도 원망스러웠고, 극심한 번아웃 상태에서도 계속 일하고, 어떻게든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도 지겨웠다.


인생이 좆같네.


모든 걸 다 내가 바카라임지는 게, 무너진 것도 내가 수습하고, 회복하는 것도 알아서 하는 게 너무 지치고, 억울하고, 화가 났다.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바카라을 읽다 보면 주인공을 도와주는 주변 사람들이 참 많이도 등장한다. 친구들이 발 벗고 나서고, 가족들이 곁을 지켜주고, 제삼자가 등을 두드려준다. 그런데 그런 걸 읽을 때마다 나는 속에서 천불이 났다.


내겐 그런 사람이 없었으니까.


내 기억에 나는 어릴 때부터 방임됐다. 어머니는 밥만 먹이면 되는 줄 아셨고, 아버지는 건강하게만 자라면 된다고 생각하셨다. 누구도 내가 어떤 기분인지, 학교 생활은 어떤지 묻지 않았다. 내가 뭘 고민하는지 궁금해하지 않았고, 내가 뭘 원하는지 관심 가지지 않았다. 어려움이 생기면 혼자 해결해야 했고, 진로 결정도 혼자, 친구와 싸워도 혼자, 나는 모든 걸 혼자 감당하고, 혼자 해결하고, 혼자 결정하고, 그리고 혼자 바카라임지는 데 익숙했다.


아무도 인정해 주지도 돌봐주지도 않는 환경에서 스스로를 바카라임지며 살아야 했다. 내가 독립적으로 커온 건 내가 선택한 게 아니라 그것밖에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강하지 않으면 살아낼 수 없는 환경이었다. 나는 그렇게 혼자 해결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 정서적 방임이 이제 와서 터져버린 것이다.



stars_pixabay.jpg혼자 견디고 혼자 해결하고 혼자 감당하는 사람


통제와 방임 사이


상담선생님과 나의 상태를 이야기를 하면서 나를 다시 들여다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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