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 밖의 위험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더 정확히 말하면, 어릴 때부터 보고 듣고 경험하며 구축해 온 자신만의 ‘사고 모델(Mental Model)’에 들어맞는 정보만 받아들인다.
사고 모델은 생각의 틀이자 뇌의 요약본이다. 복잡한 세상의 모든 정보를 처리할 수 없기에 뇌는 나름의 규칙을 저장해 두고, 새로운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그 모델을 꺼내 분석하고 결정을 내린다. 이는 렌즈와 같아서, 어떤 렌즈를 끼느냐에 따라 같은 현상도 전혀 다르게 보이고 해결바카라도 달라진다.
문제는 자신의 사고 모델과 맞지 않는 일이 일어날 때다. 뇌는 그것을 해석할 틀이 없기 때문에 아예 무시해 버린다. 역사 속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일어났던 일처럼 말이다.
1492년 콜럼버스의 범선이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했을 때의 일이다. 원주민들은 ‘큰 배’를 접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눈앞의 수평선에 거대한 돛단배들이 떠 있는데도 그 존재를 아예 인지하지 못했다. 그들의 뇌에 ‘큰 배’를 해석할 사고 모델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수평선의 물결이 이상하게 일렁이는 것만 알아챘을 뿐이다.
이처럼 인간은 자신이 가진 사고 모델이나 언어 범주에 없는 대상은 인식하지 못한다. 이를 ‘보이지 않는 배 현상(Invisible Ship Phenomenon)’이라고 한다. 내 생각의 틀을 벗어난 것들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이게 위험을 불러온다.
내가 이 ‘사고 모델’을 다시 공부하게 된 계기가 있다.
얼마 전 내 기질과 성격을 알아보는 TCI(기질 및 성격검사)를 진행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자극추구’와 '인내력'은 극도로 높았고, '위험회피'와 '슬롯적 민감성'은 극도로 낮았다. 이런 성향의 사람은 닥쳐올 위험보다 자신이 경험할 스릴과 즐거움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남 눈치 보지 않고, 계획대로 끝까지 밀어붙여 완성해 낸다. 한마디로 타고난 모험가 유형이다.
사람들은 내가 "겁이 없다"고 말하곤 했는데, 사실 겁이 없는 게 아니라 위험을 ‘생각하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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