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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라비', 내 인생을 사는 수밖에

by김글리

세 라비(C'est la vie), 먼지 툭툭 털고 일어나는 주문


내 뜻대로 잘 안될 때, 좌절감이 심할 때 혼자 중얼중얼 주문처럼 외는 말이 있다.

'세 라비. 이게 인생이지.'


'세 라비(C'est la vie)'는 프랑스 말로, '이런 게 인생이지'라는 뜻으로 쓰인다. 프랑스 사람들은 무언가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실패하면 '세 라비, 이런 게 인생이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시작한다.

"세라비, 이게 인생이야."


오늘 아침 그 단어가 문득 다시 떠올랐다. 돌이켜보면 당시엔 힘들고 어렵고 고통스러운 시간도 지나고 나면 모두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내가 왜 이런 경험을 해야 하느냐고 화내고 짜증 내는 순간에도, 인생은 내게 뭔가를 쥐어줬다.


이번 사기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사건이 터지고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나니, 내가 어떤 지옥 같은 시간을 지나왔는지 조금 더 선명하게 보인다.



왜 내게는 초콜릿이 아니라 레몬이 주어졌을까


"삶이 레몬을 줬으면, 왜 초콜릿을 주지 않았느냐고 불평하지 말고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


어떤 일이 일어나건 그를 더 나은 일의 계기로 삼으라는 이 뻔한 말이, 요즘엔 부쩍 더 많이 와닿는다.

하지만 2주 만에 전 재산 1억 4천만 원을 사기당하고 지옥의 구렁텅이에 처박혔을 때, 내 머릿속엔 오직 이 생각뿐이었다.

'왜 수박이나 바나나가 아니라, 하필 이 시고 떫은 레몬이 나한테 떨어진 거야? 젠장할'


분통이 터져 잠을 이루지 못했고, 억울함에 가슴이 뜯겨 나가는 것 같았다.

지나간 시간을 탓하고, 사기꾼의 SNS 계정을 들여다보며 왜 하필 나였는지를 따지는 데 수많은 밤을 흘려보냈다.

'왜 내게 이런 일을 벌어졌지? 믿을 수가 없어. 인생이 나를 이렇게 뒤통수 칠리 없어.'

그런데 돌아보니 내가 고통에서 회복되는데 가장 방해가 됐던 건, 현실을 부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했던 내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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