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부짖는 일은 오페라 가수에게 맡기기
하루는 청계천 부근을 자전거 타고 지나다, 어떤 거지 할머니를 만났다.
이가 몇 개 없고 옷도 다 떨어진 누더기 차림, 누가 봐도 거지였다.
내가 그동안 만난 거지는 대체로 무표정하거나, 무서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근데 이 할머니는 달랐다. 엄청나게 활짝 웃고 있었다. 어쩌다 슬쩍 웃는 게 아니라, 얼굴 전체로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이 한낮의 태양처럼 너무 밝아서, 초라한 행색과 너무 대비돼서, 더욱 인상 깊었다. 스치듯 본 모습이었는데도 오래 마음에 남았다.
'가진 것도 없어 보이는데, 어떻게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지?
얼굴만 보면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잖아. 어떻게 저럴 수 있지?‘
그 모습을 보며 나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할머니보다 가진 것도 많고 훨씬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몇 년 전 돈을 크게 잃어버린 사건으로 오랜 시간 고통 속에 살았다. 내가 잃은 건 돈 뿐이었는데(물론 인간에 대한 신뢰도 잃었지만), 나는 마치 내 존재와 인생 전체를 다 잃은 것처럼 굴지 않았던가.
때문에 지난 3년간 거의 웃지 않고 살았다. 화내고 분노하며 몇 년을 보내다 보니 내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무섭게 굳어 있었다. 길거리를 다니면서 환하게 웃는 사람들을 보면, 이런 생각이 올라왔다.
'넌 아직 지옥을 경험해보지 못했구나. 지옥을 못 봐서 그렇게 천진하게 웃을 수 있는 거야.‘
그런데 거지 할머니를 만나고 반성이 안 될 수가 없었다. 나는 할머니보다 가진 게 많은데도, 더 많은 걸 누리고 있는데도 왜 저렇게 웃지 않았던 걸까? 왜 나는 화만 냈던 걸까?
영혼이 상처받을수록, 힘들 때일수록 기어코 웃는 자가 진정한 승자다.
고통을 분노로 받아치는 나와 달리, 명랑하게 고통을 대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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