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법- 기꺼이 바보가 되면 됩니다

by김글리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생존수영의 시간


수영을 배운 지 넉 달 째다.

20년 전에 배운 가닥이 남아있어 생각보다 빨리 중급반으로 올라갔다. 중급으로 올라가긴 했지만 폼은 여전히 엉성하고 호흡도 잘 안 된다. 자유형으로 몇 바퀴 수영장을 왔다 갔다 하면 숨차서 죽을 것 같다. 힘은 힘대로 드는데, 앞으로 잘 나아가지도 않는다. 요령이 없어 힘만 잔뜩 들어가서 그렇다. 누구는 이걸 '생존수영'이라 부르더라. 수영을 한다기보다는, 죽지 않으려고 가라앉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것에 가깝다는 거다.


나는 에세이 글쓰기, 여행글쓰기, AI 글쓰기, 내면글쓰기 등 다양한 글쓰기 수업을 운영한다. 그러다 보니 수강생들의 글을 볼 기회가 많다. 잘 쓰는 분도 많지만, 이제 막 시작하신 분들은 읽기 힘들 정도로 글이 엉성하다. 그런 글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아니, 왜 맞춤법을 다 틀리는 거야? 왜 문장끼리 연결이 안 되냐고? 주제는 대체 어디 갔고, 마무리는 또 왜 이리 엉망이야?'


그런 생각을 하다, 문득 수영장에서 허우적거리던 내 모습이 겹쳐 떠올랐다. 그러자 바로 이해가 됐다.

'이분들도 하고 싶은 마음은 큰데, 아직 요령이 없어서 그렇구나. 연습량이 부족해서 생각대로 잘 되지 않고 허우적대시는구나.'


그리고 알았다. 나도 지금 똑같이 허우적대고 있다는 걸.

사기 사건 이후, 내 삶은 완전히 뒤집혀 버렸다.



삶이 무너진 자리, 다시 초심자가 된다는 것


트라우마는 한 사람의 신념체계에 원폭이 투하된 것처럼 모든 걸 파괴한다.

인종학살을 경험하고 신을 믿지 않게 되었다는 사람, 사랑하는 딸을 잃고 삶의 목표를 바꾼 사람, 아버지가 눈앞에서 죽고 삶에 대한 생각이 바뀐 사람. 이런 비극적인 경험을 하고 나면, 세상에 대한 가정이 통째로 뒤흔들리고 기존의 세계관이 산산이 부서진다.


이런 일은 한 번 일어나면 결코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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