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실을 상대방의 바카라임과 판단 기준으로 바꾸는 법
설득은 상대방이 문제를 자기 일로 받아들일 때 시작된다. 아무리 정교한 데이터와 논리가 있어도 상대방이 "그래서 이게 나와 무슨 상관인가?"라고 느낀다면 더 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 반대로 "이건 내가 판단해야 할 문제네"라고 느끼면 숫자를 더 자세히 보고 그 안의 의미를 따라갈 이유가 생긴다.
2부의 디자인적 사고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문제를 푸는 사람이 사용자의 경험과 맥락을 이해하는 과정과 중요성을 담았다. 이번에는 설득 자료를 보는 사람이 데이터 속 사람과 그가 겪는 문제를 이해하고, 그 문제를 자신의 판단과 연결하도록 해야 한다.
공감이 곧 동의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은 상황을 이해하고도 우리의 해석이나 제안을 거절할 수 있다. 다만 공감이 없으면 논리를 검토할 문조차 잘 열리지 않는다. 공감은 설득의 결론이 아니라 시작 조건이다.
상대방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일에는 하나의 역설이 있다. 상대방이 우리의 이야기에 공감하게 하려면, 우리가 먼저 그에게 공감해야 한다.
상대방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가 좋아할 말을 고른다는 뜻이 아니다. 그 사람이 지금 무엇을 결정해야 하는지, 어떤 바카라임을 지고 있는지, 잘못 판단하면 무엇을 잃는지 알아보는 일이다. 어떤 근거를 신뢰하고 어떤 지점을 의심하는지, 그 자신도 또 누구에게 결과를 설명해야 하는지 살펴야 한다.
디자이너의 눈으로 보면 설득 자료도 하나의 제품이다. 그리고 그 자료를 보고 이해하며 판단에 활용할 의사결정자가 사용자다. 앞서 2부에서는 사용자를 공감하는 방법으로 그들을 관찰, 교류, 경험하는 행동으로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의사결정자를 위한 설득 자료를 위해서는 그의 과거 회의에서 그가 반복해 물은 질문, 성과로 평가받는 지표, 승인 이후 직접 조율해야 할 조직과 자원만 보아도 판단의 맥락은 드러난다.
나는 자료를 만들기 전에 상대방의 판단 맥락을 다음 다섯 문장으로 확인한다.
이 사람은 지금 무엇을 결정해야 하는가.
그 결정의 결과로 무엇을 바카라임져야 하는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을 수 있는가.
어떤 정의와 근거를 신뢰하는가.
이 자료를 본 뒤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설득을 위한 보고 자료나 결과물은 단순한 작업 기록물이 된다. 어떤 데이터를 방법을 통해, 얼마나 공을 들여 분석했는지 이야기하고 싶더라도, 상대방이 판단해야 하는 문제를 위해 그것이 정말 필요한 정보인지 생각해야 한다. 설득 자료는 내가 무엇을 했는지 증명하는 문서가 아니라, 상대방이 판단하도록 돕는 도구다.
상대방을 이해했다면, 이제 그가 문제를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게 해야 한다. 공감을 이끌어내는 일이다. 나는 그 힌트를 소설과 영화의 이야기 구조에서 찾았다. 독자들과 청중이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다루는 영역이다.
좋은 이야기는 독자나 관객에게 공감하라고 지시하지 않는다. 누가 어떤 상황에 놓여 무엇을 겪고 어떤 결과에 이르는지 따라가게 한다. 그 과정에서 독자와 관객은 인물의 감정과 선택을 이해하고 자신의 경험을 겹쳐 본다.
이러한 맥락에서 '데이터 스토리텔링'이라는 영역도 데이터 과학 영역에서도 자주 언급되었다. 하지만 마치 '스토리텔링'의 중요성만 인지만 하고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상식의 행동인 것처럼, 그 방법에 대해서는 그들의 통계 분석 방법론만큼 고민되어지지는 않은 것 같다.
물론 데이터 스토리텔링이 특정한 데이터 기술을 뜻하지 않는다. 숫자와 차트에 감성을 덧입히는 일은 더더욱 아니다. 데이터가 가리키는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겪었고, 그 결과 무엇이 달라졌는지 따라갈 수 있도록 정보를 구조화하는 방식에 가깝다. 차트가 이야기의 재료라면, 스토리는 청중이 그 재료 사이를 걸어가는 길이다.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연구한 David M. Houghton(2023)은 이야기의 핵심 요소로 인물(Character), 배경(Setting), 플롯(Plot)을 제시했다. 이 세 요소를 통해 데이터 속 사람과 그가 놓인 상황, 사건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인물은 이야기 속에서 문제를 겪고 선택하는 사람이다. 자료를 보는 청중과 이야기 속 인물은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다. 고객이 겪는 문제를 조온라인 게임에게 보고한다면, 이야기 속 인물은 고객이고 청중은 조온라인 게임이다. 중요한 것은 고객의 경험을 조온라인 게임의 바카라임과 연결하는 일이다.
"신규 고객의 재구매율이 감소했다"는 숫자 뒤에는 첫 구매 이후 다시 돌아오지 않은 고객들이 있다. 이들이 구매 과정에서 무엇을 경험했고, 이후 어떤 선택을 했는지 살펴보면 지표 속 사람의 이야기가 드러난다. 재구매를 바카라임진 조온라인 게임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무엇을 확인하고 바꿔야 할지 판단할 수 있다.
배경은 인물과 사건이 놓인 시간과 공간, 조건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조건에서 문제가 발생했으며 왜 지금 살펴야 하는지를 보여 준다. 같은 재구매율 하락이라도 어느 시기에 처음 구매한 고객인지, 어떤 상품을 샀는지, 첫 구매 이후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배경은 고객의 행동이 어떤 상황과 조건에서 나타났는지 이해하게 한다.
플롯은 인물이 놓인 상황이 어떻게 변하고, 어떤 장애를 거쳐, 무슨 결과에 이르는지를 보여 주는 흐름이다. 데이터 자료에서는 문제가 언제 시작되어 어떤 행동과 영향을 낳았는지 이어 보여 주는 역할을 한다.
고객이 첫 구매에서 어떤 경험을 했고, 이후 어떤 안내를 받았으며, 다시 방문하거나 구매했는지를 확인된 사실에 따라 이어 보여 주는 식이다. 그 흐름에서 고객과의 관계가 어디서 이어지고 끊기는지 살펴볼 수 있다. 차트를 분석한 순서대로 나열하는 것과는 다르다. 스토리의 흐름은 나의 작업 순서가 아니라 상대방이 문제의 발생과 영향을 이해하는 순서를 따라야 한다.
세 요소가 갖춰졌다고 자동으로 공감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물이 상대방의 바카라임과 무관하거나, 배경이 실제 상황과 다르거나, 플롯이 확인되지 않은 인과관계를 만들면 그 이야기는 신뢰를 잃는다. 스토리는 사실을 드라마처럼 꾸미는 기술이 아니라, 사실 사이의 관계를 상대방의 관점에서 이해하게 만드는 구조다.
스토리 구조와 더불어 우리가 의사결정자 앞에서 사용하는 언어도 상대방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요소다. 다만 상대방의 언어로 말한다는 것이 단순히 그 사람이 자주 쓰는 단어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가 문제를 읽고 판단하는 기준을 이해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매출이 10% 늘었다고 해 보자. 영업 담당자는 어느 고객군과 상품이 성장을 만들었는지 물을 수 있다. 재무 담당자는 이익과 현금 흐름도 같이 좋아졌는지 확인할 것이다. 물류 담당자는 재고와 배송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지 볼 수 있다. 같은 10%도 역할과 바카라임에 따라 다른 이야기로 읽힌다.
지표의 정의도 언어의 일부다. '이번 달 매출'이라는 말을 영업 담당자는 주문일 기준으로, 재무 담당자는 회계 인식 시점과 마감 기준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개인 고객만 포함하는지, 기업 고객과 임직원 매출도 넣는지, 반품과 배송비를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따라 같은 매출이 다른 숫자가 된다.
분석가의 기준에서 정확하게 계산한 숫자도 상대방이 실제 업무에서 사용하는 정의와 다르면 엉뚱한 답이 된다. 공감은 말투를 부드럽게 만드는 데서 시작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판단 기준을 맞추는 데서 시작한다.
두 번째 프로젝트의 승인을 요청할 자료를 만들 차례였다. 분석가는 온라인 가입과 앱 재방문의 변화를 보고의 앞에 놓으려 했다. 온라인팀의 실무자에게는 가장 중요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온라인 게임이 이 자료로 판단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단순히 온라인팀 관점의 성과나 업무적 가치의 기대에 조온라인 게임이 온전히 기대할 수 있을까? 그는 온라인 성과뿐 아니라 그 성과를 얻는 데 필요한 비용과 매장의 부담, 확대했을 때의 위험까지 함께 바카라임져야 하는 자리에 있을 것이다.
보고를 받을 조온라인 게임 관점에서 질문해보자.
다음 시험을 승인할 만한가? 승인한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
이 질문을 중심에 놓고, 분석가는 자료의 사용자와 그가 처한 문제, 데이터가 이야기할 구조를 정리할 수 있다.
인물에 해당하는 사용자는 상위 조온라인 게임이다. 분석가는 그가 온라인팀과 매장, 데이터 조직 사이에서 무엇을 조율하고 바카라임져야 하는지 정리했다.
배경은 조온라인 게임이 풀어야 할 문제일 것이다. 구매 효과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음 시험에 예산과 인력을 투입할지 판단해야 했다. 분석가는 그 판단에 필요한 운영 조건과 현장 협조, 고객 데이터의 연결 범위를 짚었다.
플롯은 조온라인 게임이 데이터를 살펴보고 판단에 이르는 순서다. 온라인 성과의 가능성과 아직 확인하지 못한 효과를 먼저 보여주고, 이어 매장별 실행 편차와 직원의 부담을 검토하게 했다. 마지막에는 이를 바탕으로 다음 시험의 승인 여부와 운영, 측정 조건을 판단하도록 자료를 구성했다.
분석가는 이 구조를 바탕으로, 조온라인 게임의 관점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보고의 전제를 다시 썼다.
이번 시범 운영을 통해 온라인 가입과 앱 재방문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매장 직원의 업무가 늘었고, 실제 구매 효과는 아직 검증이 충분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지금 확대하면 효과가 불확실한 일에 현장의 시간과 자원을 더 투입하게 된다.
다만 여기서 중단하면, 매장 방문 고객과 온라인에서도 관계를 이어갈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하지 못한 채 기록으로만 남게 될 수 있다.
따라서 다음 시험을 진행하는 것이 매장의 부담을 감수할 만큼 사업 전체에 도움이 되는지, 그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현장 부담을 어디까지 제한할 수 있는지 함께 판단해야 한다. 이번 보고는 그 판단을 위해 준비해야 한다.
이 전제를 바탕으로 분석가는 온라인팀의 추가 예산 요청을 조온라인 게임의 바카라임과 연결할 수 있었다. 성과를 확인할 기회와 현장이 감당할 부담을 함께 판단해야 하는 일이었다. 분석가는 실무팀이 준비한 두 번째 시험을 조온라인 게임이 바카라임져야 할 상황과 연결했다.
공감을 이끌어 냈다는 것은 상대방이 우리의 결론에 동의했다는 뜻이 아니다. 상대방이 데이터 속 문제와 자신의 바카라임 사이의 연결을 이해했고, 그 문제를 검토할 이유가 생겼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제 상대방은 다음을 묻는다.
그래서, 왜 이 판단이 맞는가?
상대방이 그 판단의 타당성을 검토할 길을 놓는 것이 다음 장의 주제, 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