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함께 문제를 나누고 잇다

내 일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풀고, AI와 함께 수행하는 법

by장서우

'내 일'을 AI와 함께 할 수 있는 일로 풀어내다


텍스트 생성형 AI는 우리가 제공한 맥락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에 맞는 텍스트를 생성한다. 여기에 도구가 연결되면 자료를 읽고, 데이터를 처리하고, 결과물을 만드는 일까지 함께할 수 있다. 그렇다면 AI와 '나의 업무'를 함께하려면, 그 일을 AI에게 어떤 맥락과 행동으로 설명해야 할까.


우선 '나의 업무'가 무엇인지부터 풀어볼 필요가 있다.


"데이터를 분석한다", "펀드 상품을 운영한다", "보고서를 만든다"는 말은 사실 굉장히 추상적인 개념이다. 우리가 옆 자리의 동료가 하는 일을 저 문장 하나로 이해하는 것은 우리가 서로의 맥락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만 거리가 멀어지면, 우리는 같은 층에 근무하더라도 그 동료가 하는 일과 회사 내의 역할을 정확히 알기 어려울 것이다. 즉 AI뿐 아니라 사람일지라도, 우리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업무를 구체적인 행동과 절차로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때 비로소, AI에 제공해야 할 맥락과 함께 수행할 일이 보이기 시작한다.


앞의 주간 보고서 사례를 이어가 보자. "주간 판매 리포트를 만든다"는 말은 여전히 추상적이다. 이 문장만을 보고 우리가 하던 일을 수행할 수 없다. 이를 다음과 같이 실제 조리법처럼 풀어 쓸 수 있어야 한다.


매주 월요일 판매 관리 시스템에서 지난주 실적 데이터를 Excel로 내려받아 정리하고, Power BI에서 제품별·채널별 증감과 이상치를 분석한다. 영업 담당자에게 변동 원인을 확인한 뒤, 그 내용을 PowerPoint 리포트로 작성해 이메일로 공유한다.


연구에서는 추상적인 개념을 관찰하거나 측정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구체화하는 것을 '조작적 정의'라고 한다. 여기서는 그 생각을 업무에 빌려오려 한다. '보고서를 만든다'는 말을 자료를 가져오고, 비교하고, 원인을 확인하고, 문서를 작성하는 행동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마치 새로운 후임자나 동료를 위해 설명만으로 내 일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매뉴얼' 혹은 인수인계서를 만드는 과정이다.


하지만 내 일을 수행하는 후임자나 동료는 회사나 팀에 대한 맥락도 자연스레 가지고 있을 것이다. 업무의 행동만 잘게 나누면 AI는 그러한 사업적 맥락이나 업무의 목적을 놓칠 수 있다. 따라서 행동 그 이상을 제공해야 한다. 조직이 무엇을 이루려는지, 그 안에서 내 역할은 무엇인지 먼저 짚고 담당 업무와 세부 과업, 실제 행동과 도구로 내려가 본다. 보고서라면 누가 어떤 판단을 하는 데 쓰는지 알아야 필요한 비교와 결과물도 정할 수 있다.


그다음에는 구체적인 수행 과정을 묻는다. 언제 시작하는가. 어떤 정보를 어디에서 가져오는가. 어떤 도구로 무엇을 하는가.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누구와 확인하는가. 마지막으로 무엇을 만들어 누구에게 전달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나로 이으면 "나는 [언제], [어떤 정보]를 [어디에서] 가져와, [어떤 도구]로 [어떤 판단과 행동]을 하고, [어떤 결과물]을 [누구에게] 전달한다"는 문장이 된다. 조직의 사업부터 내 바카라상 앞에 있는 도구까지의 설명을 통해 '업무의 조작적 정의'가 완성되는 순간, 우리의 업무는 더이상 추상적이지 않다.


이제 AI가 우리와 함께 할 일도 발견된다. 실제 행동까지 내려오면 어디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지, 어떤 판단이 막히는지, 그 일을 하려면 어떤 정보와 도구가 필요한지 보인다. 그중 AI와 함께 수행할 일을 고르고, 결과가 다음 업무에 어떻게 쓰이는지 살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것도 되겠는데?"


그룹사에서 100명이 넘는 실무자를 대상으로 AI 활용 세션을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이 과정을 확인했다. 도구가 계속 바뀌는 만큼, 세션에서는 'AI를 활용할 수 있는 사고'를 넓히는 데 집중했다. AI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그 원리에 맞게 자신의 업무를 정의하는 일이 도구보다 먼저였다.


한 참여 그룹에는 펀드를 판매하고 운영하는 실무자들이 있었다. 처음에 그들은 AI를 자신의 업무에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나는 AI 도구를 설명하기보다 그들의 업무를 정의하는 방법부터 이야기했다. 먼저 "펀드를 판매하고 운영한다"는 일을 하루의 순서대로 설명해 달라고 했다. 그 말을 앞의 틀에 맞춰 다시 이으면 이렇다.


업무 메일이 들어오면 제목과 발신자, 본문과 첨부 파일을 확인해 참고용 메일과 실제로 처리해야 할 메일을 구분한다. 펀드 상품 소개가 필요한 고객사를 추리고, 고객의 요청과 조건에 맞는 상품을 선정한다. 그다음 상품 소개서를 만들어 고객사에 전달한다.


하나의 직무가 메일 확인, 분류, 판단, 상품 선정, 문서 작성, 전달이라는 행동의 사슬로 바뀌었다. "어디에 AI를 적용할 것인가"라는 막연한 질문도 당장 첫 번째 단계부터 수행해본다. 많은 메일 가운데 실제로 처리해야 할 메일을 구분할 기준을 자연어로 설명하는 순간, AI는 그 작업을 수행하고 실무자에게 보고사를 전달하기 시작한다.


세 시간 전에는 AI를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던 사람이 화면을 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이런 것도 되겠는데?"


하나의 적용 사례가 다음 가능성을 열었다. AI의 기능이 갑자기 늘어난 것은 아니었다. 업무의 행동과 판단 기준, 실행 환경의 조건이 구체화되자 그동안 보이지 않던 가능성이 보인 것이다.



하나의 결과가 다음 질문의 맥락이 된다


메일 업무를 나누자 AI가 참여할 자리가 보였다. 그렇다면 아직 문제와 해법이 분명하지 않은 일에서는 어떨까. 앞에서 다룬 '답이 없는 문제를 위한 사고'도 질문과 행동으로 풀어보면 AI와 함께 할 일이 드러난다.


앞서 우리는 분석가 사례를 통해 디자인 사고의 공감, 문제 정의, 아디이어, 프로토타입, 테스트 단계를 따라왔다. 각 과정을 AI와 함께 수행할 경우 풍경은 어떻게 달라질까?


AI와 함께 '우리의 일'을 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우리 일에 대한 정의가 중요하다. 만약 처음부터 "온라인 채널을 위한 대시보드를 기획하고 개발해 줘"라고 요청하면, 아직 확인하지 않은 목적과 기준까지 AI가 채워 넣으며 그럴싸한 결과물만 뱉을뿐이며, 이 결과물을 상대방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분석가는 자신이 풀고 있는 질문에 필요한 자료를 연결하며 AI와 함께 생각을 구체화해야 한다.


공감의 과정에서 첫 질문은 "왜 온라인팀은 의미 있는 제안에도 시큰둥했을까"였다. 분석가는 회의록과 인터뷰 내용, 온라인팀의 성과 관리표와 기존 제안서를 AI에게 제공한다. 우리의 대화가 녹음되었거나, 문서로 저장된 자연어 텍스트를 AI가 읽고 맥락을 이해하기 신작한다. 등장한 요구, 말과 행동이 엇갈린 지점, 아직 확인하지 못한 가정을 정리하여 보고하면, 우리는 그 정리를 하는 시간 동안 다음 질문과 행동을 생각할 수 있다.


물론 기록으로 남길 수 없는 맥락은 추가로 제공해야 한다. 온라인팀이 어떤 제안에서 망설였는지, 어떤 표정이었는지, 그 지점이 성과 기준 때문인지 실행의 어려움 때문인지 추가로 제공한다. 그 과정에서 기록되는 내용이 다시 AI와 함께 살펴볼 자료가 된다.


문제를 정의할 때는 공감에서 모은 기록과 근거가 다음 노드의 맥락이 된다. AI는 회사의 옴니채널 비전, 온라인팀의 바카라임 지표, 오프라인 고객을 온라인으로 연결하려던 두 팀의 논의를 나란히 놓고 문제 정의의 후보를 제안한다. 어떤 근거가 각 후보를 뒷받침하고 어떤 사실과 충돌하는지도 비교한다. 수많은 텍스트 사이에서 반복되는 텍스트, 주제, 어려움을 AI는 쉽게 도출한다. 문제 정의를 하는 사고의 과정에서도 우리의 정리 시간을 줄여준다.


이제 분석가와 두 팀은 이 비교를 바탕으로 지금 집중할 문제를 고른다. 앞의 사례에서 질문은 다음과 같이 좁혀졌다.


어떻게 하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시작된 고객 경험을 온라인으로 이어, 고객이 회원으로 가입하고 앱에서 다시 탐색하고 구매하도록 도울 수 있을까?


이제 AI와 함께하는 아이디어 과정도 달라진다. 분석가는 앞의 질문과 확인 가능한 데이터, 사용할 대시보드 도구와 제작 기간을 맥락으로 제공한다. 어떤 매장을 비교해야 하는지, 가입 이후의 행동을 어디까지 볼 수 있는지, 팀이 다음 업무를 정하는 데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 함께 살필 수 있는 화면을 떠올린다. 이때 분석가는 AI를 사용하는 데이터 시각화 소포트웨어와 연결하여, 직접 조작할 필요 없이 자연어로 화면에 대한 아이디어를 설명한다. 기존 대시보드와 회사 템플릿, 차트 레퍼런스, 데이터나 정의한 문제에 대한 맥락을 이미 가지고 있는 AI가 만드는 화면은 생각한 아이디어를 꽤 높은 완성도로 구현하고 제안한다.


프로토타입이 준비되면 온라인팀 일부 구성원에게 화면을 건네 평소 업무에서 다루던 질문에 답해 보도록 한다. 가상 수치가 있는 부분에서는 실제 결정을 내리기보다, 결과를 해석하고 다음 행동을 논의할 수 있는지 살핀다. 분석가는 마찬가지로 구성원들이 어떤 지표에서 멈추는지, 매장과 기간을 비교하며 어떤 정보를 다시 찾는지 기록한다. 그리고 AI와 그 기록을 살펴보며 지표 이름이 어려운 것인지, 비교 기준이 빠진 것인지, 필요한 정보로 이동하는 흐름이 끊긴 것인지 가능한 원인을 나눈다. 해석이 분명하지 않은 부분은 사용자에게 다시 묻거나 다음 테스트에서 확인한다.


개선 방법도 함께 비교한다. 설명을 덧붙일지, 지표의 위치를 바꿀지, 상세 화면으로 이어지는 기능을 만들지 살펴본다. 분석가는 제한된 시간 안에서 판단을 막는 부분부터 고르고, AI의 도움을 받아 수정한 뒤 다시 사용 모습을 확인한다.



답은 다시 사람들 사이에서 성립한다


디자인 사고를 통한 문제 해결 사고 과정에서 AI는 우리의 '사고의 파트너'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 낸다. 이 과정에서 AI는 우리 회사와 일에 대해 더 많은 것들을 학습하고, 더 우리처럼, 더 높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다만 여기서 설명한 AI 활용 방법은 우리의 기존 사고를 대체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이미 우리가 거치는 문제 해결 과정에 AI가 참여할 자리를 만드는 일에 가깝다. 문제를 나누며 생긴 노드는 인간의 고유한 영역을 지키는 경계선이 아니라, 사람과 AI가 함께 사고하는 접점이다.


다시 문제 해결의 전체 과정으로 돌아오자. 지금까지 우리는 답이 없는 문제를 풀기 위한 사고의 구조를 함께 마련했다. 이제는 AI와 함께 그 과정도 더 효율적이고 빠르게 수행해낼 것이다.


그러나 찾아낸 답은 존재만으로 조직의 답이 되지 않는다. 만약 나, 혹은 나와 AI, 심지어 AI에게 맡긴 결과물이 저러한 사고와 과정을 통해 생성되었어도, 결국 상대방이 그 결과물을 납득하지 못하면 답으로 활용될 수 없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우리는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며, 따라서 사람들의 판단과 선택을 통과해야 비로소 현실에서 사고가 답으로 성립한다. 하나의 노드에서 아무리 정교한 결론을 내렸어도 저절로 받아들여지고 실행되지는 않는다. 해법을 고른 자리에서 또 하나의 벽을 만난다.


지금까지 '답이 없는 문제의 답'에 대해 고민하였다면, 이제는 그 답을 문제 앞에 '답하는 법'을 이야기할 차례다. 설득이다.


다음 글부터는 찾아낸 답을 어떻게 보여 주고,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성립시킬 것인지 다룬다. 공감과 논리와 형태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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