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글쓰기 모임 주제는 매번 바뀌었다. 다음에 써내야 할 주제는 ‘슬픔’이었다.
앞에서 이미 두 차례 오열하고 간 상황인데 또 슬픔? 이번엔 가족 얘기를 하기 싫었다. 거리를 두고 싶었다. 글을 한번 쓸 때마다 하도 울어서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쳤으니까. 그럼 이번에는 뭘 써내지. 고민하다가 ‘이태원 참사 유가족’의 이야기를 쓰기로 했다.
마침 글을 쓰기 얼마 전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날 시청 앞을 지나는 길에 그것을 기념하는 작은 콘서트가 열리는 것을 봤기 때문이었다.
이태원 참사. 방송 일을 하는 과정에서 마주친 이 이야기는 나에게 직접적이고도 간접적으로 강한 충격과 큰 슬픔을 주었는데 내 인생 중심인 가족 이야기와 달리 한 발짝 떨어진 곳에 있는 이야기일 것 같아서 또 다른 마음으로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참사가 발생한 날로부터 1년 반 가량 시간이 지난 때였다. 혹시 아직도 그 이야기를 하느냐고 말하진 않을까.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 다행히 글 모임 친구들은 내가 쓴 이야기에 공감을 해 줬다. 나는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자체로 마음이 좋았던 것 같다.
그날 모임장은 나에게 이렇게 피드백을 해줬다. 글을 공론화된 장에 올려볼 생각은 없느냐고. 혹시나 유가족분들이 보신다면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음. 내 글이 세상 밖에 올릴 글이나 될까? 부끄러울뿐더러 고작 이 글이 그들의 큰 슬픔에 위로를 줄 수 있을까. 물음표 달 것도 없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