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를 처음 쓰기 시작한 건 챗GPT였다.
처음엔 신기했고, 그다음엔 유용했다. 자연스럽게 구독을 시작했고, 클로드와 제미나이를 쓰기 시작하면서 셋을 같이 쓰는 시기가 왔다. 중심은 여전히 챗GPT였고 나머지 둘은 보조 도구였다. 만약 두 개만 유지해야 한다면 제미나이나 클로드 중 하나를 정리하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쓰다 보니 차이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챗GPT는 수다스럽다. 내가 원하는 답 앞뒤로 설명이 붙고, 묻지 않은 것까지 덧붙인다. 제미나이는 반대로 격식이 지나쳐서 딱딱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클로드는 달랐다. 언제나 간결하고, 내가 원하는 것만 딱 보여줬다. 나는 원래 수다스러움을 싫어하는 편이라 그 차이가 점점 크게 다가왔다.
클로드로 바이브 코딩을 시작하면서 완전히 빠져들었다. 바이브 코딩이란 코드를 직접 짜는 대신 AI에게 원하는 것을 말로 설명하고, AI가 만들어주는 결과물을 다듬어가는 방식이다. 코딩을 몰라도 자신만의 도구를 만들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고, 클로드는 그 과정에서 가장 잘 맞는 파트너였다. 결국 GPT 유료 구독은 취소했고, 제미나이는 구글 서비스에 포함된 기본 구독만 유지하고 있다.
그렇게 클로드로 정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오늘 일이 있었다.
오늘 앤트로픽 고객지원에 이메일을 보냈다.
클로드 API를 개발자용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사용 크레딧을 충전하다가 카드를 잘못 선택했다. 환불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support@anthropic.com으로 보냈고, 2분 후 답장이 왔다. '잘 접수됐습니다, 곧 연락드리겠습니다' 류의 자동 회신이겠지 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Fin AI Agent'가 보낸 이메일이었는데, 내 계정에 클로드 API 계정과 일반 클로드 구독 계정이 따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인보이스 번호까지 확인해서 이번 충전이 어느 계정에서 이루어진 건지, 환불이 가능한지 여부를 명확하게 정리해 보내왔다. 내가 할 일은 API 계정이 맞다고 확인해 주는 것뿐이었다. 1분 후 환불 완료.
사람이 응대했어도 이 속도와 정확도를 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고객서비스 이메일을 보내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다. 판에 박힌 회신이 오거나 같은 내용을 몇 번씩 반복해야 겨우 해결된다. 평소에 사용하는 수많은 브랜드들 가운데 이런 경험을 준 곳은 아직 없었다. AI를 만드는 회사가 AI를 이렇게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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