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은 목화를 키우고 있었다.
R이 물었다.
"웬 목화?"
"글쎄."
진짜 몰랐다. 유튜브를 보다가 그랬는지. 누가 추천했는지. 그냥 어느 날 씨앗을 샀다.
프리랜서가 안 된 뒤였다. 처음으로 시간이 많았다. 정말 오랜만에.
회사에 다닐 때는 늘 다음이 있었다. 다음 회의. 다음 분기. 다음 출시. 다음 평가. 다음. 다음. 다음.
목화는 달랐다.
심고 나서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루. 이틀. 사흘. 일주일.
흙은 계속 흙이었다.
서영은 하루에 두 번씩 들여다봤다.
바보 같았다. 당연히 안 자라지.
그런데 또 봤다.
어느 날 아침. 뭔가 달라 보였다. 정말 작은 초록색 점.
처음에는 착각인 줄 알았다. 고개를 숙였다. 다시 봤다.
싹이었다.
서영은 쪼그려 앉아 한참 동안 그걸 봤다. 생각보다 오래.
그게 몇 달 전이었다.
지금 목화는 베란다에서 자라고 있었다. 잎이 다섯 장. 줄기가 서영 손가락 길이만큼.
인터넷에는 까다롭다고 적혀 있었는데. 물만 주면 됐다. 햇빛만 있으면 됐다. 가끔 잊어버려도 됐다.
회사 일은 하루만 잊어도 난리가 나는데.
목화는 아니었다.
팀장이 나간다는 걸 안 지 일주일.
서영은 이상하게 아무에게도 물어볼 수 없었다.
사무실 공기가 조금 달라졌다. 다들 알고 있는데 아무도 말하지 않는 그런 공기. 전에도 느껴본 적 있었다. 회사가 접히기 전에도 이랬다.
며칠이 더 지나서야 차장에게 물었다. 점심시간. 엘리베이터 앞에서.
"근데 팀장님 왜 나가시는 거예요?"
차장은 잠깐 멈췄다.
"못 들었어?"
"네."
"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차장은 타이밍 좋게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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