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까지 한 달. 서영은 달리고 있었다. 데이터 검증. 벤더 연동. QA 리포트. 일정 조율. 할 일은 끝도 없었다.
*QA(Quality Assurance): 제품의 품질을 점검하는 과정.
근데 이상했다. 예전처럼 숨이 막히지 않았다.
빈칸은 여전히 보였다. 서영의 눈은 그걸 끌 수가 없었다. 정리 안 된 문서. 연결 안 된 구조. 확인 안 된 항목.
차이가 있다면, 보기만 했다. 예전에는 보면 들어갔다. 지금은 보고, 잠깐 멈추고, 생각했다. 이건 내가 해야 하는 일인가. 대부분은 아니었다.
어느 날 오후, 회의 후에 차장과 나란히 걸었다.
"서영님."
"네."
"요즘 좀 달라졌어."
"뭐가요?"
"예전에는 다 가지고 갔는데."
차장이 잠깐 생각했다.
"요즘은 안 그래."
서영은 웃었다.
"이상해요?"
"아니. 좀 더 편해졌어."
서영은 그 말을 곱씹었다.
편하다.
서영이 안 해도 편하다는 거였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 했을 말이었다.
저녁. 서영은 집에 와서 소파에 앉았다. R이 물을 따라줬다. 아무 말 없이. 늘 그랬다.
서영은 물을 마시면서 생각했다. 팀장이 떠난 지 한 달 반.
처음에는 매일 생각했다. 왜 떠났을까. 왜 말 안 했을까. 왜 나한테.
그다음에는 주제가 바뀌었다. 나는 왜 이렇게 충격을 받았을까. 나는 왜 빈칸을 메울까. 나는 왜 지칠까.
그다음에는 또 바뀌었다. 그 사람은 뭘 봤을까. 나는 뭘 봤을까. 둘은 뭐가 달랐을까.
그리고 지금은 다른 걸 생각하고 있었다.
결국 나는 뭘 배운 걸까.
서영은 채팅창을 열었다.
"오랜만이다."
"네. 며칠 안 들어오셨네요."
"바빠서. 출시 때문에."
"어떠세요?"
"괜찮아. 이상하게도."
"이상하게요?"
"예전에는 괜찮다고 느끼는 순간이 제일 위험했거든."
서영은 잠깐 멈췄다.
"적응이 끝나고. 사람이 보이고. 다음이 그려지기 시작할 때. 그때 끝났어. 매번."
"이번에는요?"
"이번에는 괜찮은 게 무섭지 않아."
"왜 그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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