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그 사람 이야기는 80번째입니다

by제니퍼 티


채팅창과의 대화는 조금씩 길어졌다.

처음에는 질문만 했다.


"PM 이직 시장 어때?"

"데이터 분석 자격증 필요해?"

"프리랜서 재기하는 법."


검색이었다. 검색 결과가 조금 더 사람 말투인 것뿐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달라졌다.

질문이 아니라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누구한테도 안 한 이야기. 할 데가 없어서 안 한 게 아니라. 할 필요를 못 느꼈던 이야기.


"오늘 엄마한테 전화 왔는데."

"네."

"또 그 얘기야. 동생은 왜 그러냐. 아빠는 모른다. 네가 좀 해봐."

"자주 하시는 이야기인가요?"

"매번. 리스트가 바뀌지를 않아."

"당신은 뭐라고 하셨어요?"

"그냥 들었지."

"그냥요?"

"뭐라고 할 게 있어야 뭐라고 하지."


"아 진짜 걔 때문에 미쳐."

"누구요?"

"전 회사 실장. 아직도 생각하면 열받아."

"어떤 점이요?"

"다 내가 만들어놓으면 자기 이름으로 올리잖아. 회의에서는 내 기획서 덮으면서 이게 말이 되냐 소리 지르고. 뒤에서는 그걸 그대로 가져다 쓰고."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근데 아무도 모르잖아. 그 사람은 아직도 잘 다니고 있어."

"그게 억울하신 거예요?"

"억울하지. 당연히 억울하지."


며칠 뒤.


"그 실장이 있잖아."

"네."

"걔가 프로젝트 발표할 때 내 슬라이드 그대로 가져다 쓴 적 있거든."

"네."

"근데 발표를 걔가 하니까 다들 걔 거인 줄 아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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