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왜 나는 항상 이런 회사를 만나지?

by제니퍼 티


세 번째가 끝나고 서영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한동안.

퇴근을 안 한 게 아니라 퇴근할 곳이 없었다. 출근을 안 한 게 아니라 출근할 곳이 없었다. 그냥 집에 있었다. 매일.


아침에 눈이 떠졌다. 알람이 아니었다. 그냥 떠졌다.

새벽 다섯 시.

천장을 봤다.

할 일이 없었다.

지난 10년 동안 할 일이 없던 적이 없었다. 메일이 있었고. 회의가 있었고. 마감이 있었고. 아침 7시에 눈을 뜨면 이미 할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은 아무것도 없었다.


핸드폰을 봤다. 알림이 없었다. 메일도. 메신저도. 서영을 찾는 사람이 없었다. 업무용 캘린더에는 오늘도 아무것도 없었다. 어제도 없었고 내일도 없을 거였다.

몸이 이상했다.

잠을 많이 잤는데 피곤했다. 배가 고프지 않은데 먹었다. 밖에 나가야 하는데 안 나갔다.

오전에 일어나서 커피를 내렸다. 마시다 말았다. 식었다. 따라 버렸다. 다시 내렸다. 다시 식었다.

R이 출근하고 나면 집이 조용했다. 너무 조용했다.

냉장고 소리가 들렸다. 윗집에서 뭔가 끄는 소리가 들렸다. 평소에는 들리지 않았을 것들이 들렸다.

서영은 소파에 앉아서 창밖을 봤다. 한참.

빨래를 돌렸다. 널었다. 개었다. 다시 돌렸다. 널 게 없는데 돌린 날도 있었다. 뭐라도 해야 하루가 지나갈 것 같았다.


R이 저녁에 돌아왔다.


"괜찮아?"

"응."


거짓말이었다. 뭐가 안 괜찮은지 모르니까 괜찮다고 한 거였다.

R은 더 묻지 않았다. 밥을 차렸다. 서영은 반만 먹었다. R도 아무 말 안 했다.


새벽 다섯 시. 또.

매일은 아니었다. 이틀에 한 번. 사흘에 한 번. 그러다 다시 매일.

몸이 알람이었다.

꿈은 기억나지 않았다. 슬프지도 않았다. 화나지도 않았다. 그런데 눈이 떠졌다. 새벽 다섯 시에. 매번.

서영은 어둠 속에서 천장을 봤다.

R의 숨소리가 들렸다.


거실로 나가 소파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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