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세 번 망했다

by제니퍼 티


첫 번째.


그날은 비가 왔다.

서영은 우산이 없었다. 아침까지만 해도 맑았으니까. 편의점에서 제일 싼 우산을 샀다. 투명한 비닐우산. 손잡이는 파란색.

오후에 회사 계정이 잠겼다.

메일이 안 열렸다. 메신저도 안 됐다. 캘린더도 안 됐다. 다시 로그인했다. 안 됐다. 한 번 더. 안 됐다.

옆자리 사람을 봤다. 그 사람은 멀쩡하게 일하고 있었다. 서영만 안 됐다.


메시지가 왔다.


"잠깐 시간 괜찮으세요?"


그 문장을 본 순간 알았다.

회의실은 작았다. 창문이 없었다. 에어컨이 너무 세서 추웠다. 형광등이 한쪽만 켜져 있었다.

맞은편에 실장이 앉아 있었다. 이 사람이 빌런이었다. 서영은 나중에야 그걸 알았지만, 그때는 그냥 실장이었다.


"회사 사정이 좀..."


실장은 일부러 만든 미안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입꼬리가 내려가 있었다. 눈은 서영이 아니라 서류를 보고 있었다.


이 사람은 일주일 전에도 회의실에서 소리를 질렀다. "이게 말이 돼?" 테이블을 치면서. 서영이 만든 기획서를 덮으면서. 다른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서영도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일주일 뒤에 미안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회의는 길지 않았다. 서류 한 장. 서명 한 번. 끝.

서영은 볼펜을 내려놓았다. 일어서야 하는데 다리에 힘이 없었다. 잠깐. 의자 등받이를 잡고 일어섰다. 실장은 이미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모니터가 켜져 있었다. 화면에는 아까 쓰던 기획서가 그대로 열려 있었다. 반쯤 쓴 문서. 이제 아무도 안 읽을 문서.

서영은 저장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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