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시간을 도둑맞은 사람들

by도시은둔자


모모가 사는 도시에 회색 신사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말했다. "시간을 아껴라." 시간을 아끼면 나중에 두 배로 돌려준다고 했다. 사람들은 그 말을 믿고 시간을 저축하기 시작했다. 친구를 만나는 시간을 아꼈고, 음악을 듣는 시간을 아꼈고, 창밖을 보는 시간을 아꼈다. 시간을 아낄수록 삶은 더 바빠졌다. 모두가 시계를 보며 뛰어다녔다.

그러나 아무도 행복하지 않았다. 회색 신사들은 사실 시간을 훔치고 있었다. 아낀 시간은 사람들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모모는 거리를 헤맸다. 어른들이 시간을 계산하는 동안, 아이들만이 거리에 남아 있었다. 아이들은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시간이 많았다.

내가 아는 디자이너가 있다. 그의 핸드폰에는 시간 절약 앱이 7개 있다. 15분 단위로 일정을 짜고, 식사 시간은 10분으로 설정해 놨다. AI로 메일을 요약하고, 배속으로 강의를 듣는다. 그는 하루에 3시간을 아꼈다고 자랑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그에게 물었다. "아낀 시간으로 뭐 했어?" 그가 한참을 생각하더니 말했다. "모르겠어. 그냥... 더 바빠졌어." 그는 시간을 아끼는 데 시간을 다 쓰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 그는 저녁 8시부터 9시까지 핸드폰을 끈다. 아무것도 안 한다. 그냥 멍하니 있는다. 그는 그 한 시간을 "도둑맞지 않은 시간"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시간을 아껴야 한다고 배웠다. 빨리 걷고, 빨리 말하고, 빨리 성공해야 한다고. 그래서 시간을 저축했다. 인간관계를 아끼고, 딴짓을 아끼고, 멍때리는 시간을 아꼈다. 그러나 미하엘 엔데는 말한다. 아낀 시간은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는다고.

시간은 돈처럼 저축되는 게 아니다. 시간은 불처럼 피워지는 것이다. 피우는 동안에만 따뜻하다. 꺼놓고 아끼면 그냥 꺼진다. 도시 은둔자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시간을 아끼는 사람이 아니라, 시간을 피우는 사람이다. 무인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5분 동안 고르고, 공원 벤치에 1시간 동안 앉아 있는 사람. 남들 보기엔 시간을 버리는 것 같지만, 사실은 시간을 도둑맞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다.

시간은 아끼는 것이 아니라, 피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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