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들킨 게임이다.
" 엄마, 제발 모르는 번호 받지 말라고. "
" 모르는 문자 누르지도 말라니까 왜 자꾸 눌러? "
한 번 당할 뻔한 경험이 있으면서도 계속해서 전화를 받는 엄마 때문에 화가 나서 언성을 높이게 된다.
피싱범들에게 가망고객님(?)으로 찍힌 건지
그들 사이에 엄마 번호가 팔리고 팔려서 중국 어딘가에 떠돌고 있는 건지
잊을만하면 보이스피싱 의심되는 내용의 전화가 엄마를 찾는다.
ㅡ 어떤 날은 마침 주문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던 택배 문자로
ㅡ 어떤 날은 저금리 대출 햇살론이 가능하다는 은행원으로
" 저요. 보이스피싱 당해서요...
저 25년을 일하고 받은 퇴직금인데 5천만 원 몽땅 빼갔어요. 저 어떡해요... 이제 흐흑..
비밀번호랑 다 털려서 카드 정지시켜주세요..
저 이제 어떻게 살아요.. 흑.. "
고객의 울음소리에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언젠간 이 얘기를 쓸 줄 알았다.
콜센터에 일하는 내가 안 쓰면 누가 쓸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했고, 어떤 사명감인지 바카라임감인지는 모르겠다.
중요하지 않다
이런 수법에 아직도 당하는 사람이 있나
나는 안 당할 거라고 생각하는가?
오리는 오리랑 노는 법이다. 글쓴이 주변엔 각종 콜센터에 다니는 동료들이 많다.
카드회사에 10년째 일하고 있는 나의 오랜 벗 원이 언니는 아직도 하루에 몇 통씩 피해자들의 전화를 받는다
" 채권담당자가 전화 왔는데 물어볼 말이 있으니 바꿔주이소 "
" .. 고객님은 미납이 없어서 배정된 채권담당자가 없는데 무슨 말씀이신지요?? "
" 아이참, 다른 곳에 대출받으려는데 신한 꺼 입금해야 법적으로 문제가 안된다 해가지고
가상 계좌 다시 받으려는데 바꿔주소 "
" 고객님. 그거 보이스피싱이라 입금하면 안 돼요!"
" 아이참, 아니라니까 신한카드 담당자라고 연락 왔다니까 "
자기가 보이스피싱을 당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고객을 설득하느라, 원이언니는 그날 실적을 다 날렸다고 했다.
(카드회사는 콜을 많이 받아야 실적 점수가 좋아져요)
피싱범들은 순진무구한 할아버지, 할머니를 또 기가 막히게 찾아낸다
그게 정말 화가 난다.
평생을 묵묵하게
건강하고 정직한 노동을 통해서 돈을 번 사람들,
그들의 땀에 젖은 돈을,
젊음을 몽땅 바치고 얻어낸 노후자금을
어떻게 전화 한 통으로 사기를 쳐서 빼갈 생각을 하는가
다른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서 사기 쳐서 쉽게 돈 벌 줄 몰라서 안하는게 아니다.
너희는 정말 나쁜 사람이다.
차라리 소매치기들은 나가서 기술 연마하고 밖에 나가 떠도는 노력(?)이라도 한다.
이 글을 쓰게 만든 건 엊그제 지하철에서 본 광고 영상 때문이었다.
https://youtu.be/4xKoYph7Uv4?si=0qqlbe9CG1tpH24S
보이스피싱 전화가 오면 그걸 녹음해서 제보해 달라는 내용이다.
목소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말한다.
지금 당신에게 안대를 씌우겠다.
각각의 10개의 음성파일을 들려주겠다.
우리는 눈을 감고도 그게 최지우인지, 권상우인지 연예인의 목소리를 안다.
생각보다 상대의 연령대, 성격이 급한지 느린지, 지역이 어디인지, 지금 기분이 어떤지,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
많은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에 당신은 놀랄 것이다.
영상을 보고 이게 정말 효과가 있는 건지 호기심에 보다가도
이런 걸 이제서야 하게 된 현실이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만감이 교차한다.
나비효과를 믿는다.
온라인카지노가 일부 글을 사랑하는 이들만의 모임이라 해도
그중에 한 명, 두 명이 주변에 정보를 전달하고, 가르치고
한 명이 두 명이 되고, 2명이 4명이 되고, 4명이 8명이 되고, 8명이 16명이 되고..
16명이 32명이 되고, 32명이 64명이 되고, 64명이 128명이 되고.. 거슬러 거슬러 대한민국 사람들 모두가 너희의 수법을 알게 되고
온 국민이 제보를 해 그 제보가 넘쳐나고, 수십, 수백, 수천 개의 음성파일이 접수된다면
그것이 현대의 AI 기술과 합쳐서 데이터화, 수치화 된다면
얼마나 다양해지건 이 땅에서 보이스피싱이 사라질 날이 언젠가는 올 것을 나는 분명히 믿는다.
그들도 문제지만
그들의 수법을 공부하지 않고 나는 안 당하겠지 하는 우리도 사실 조금은 문제다.
형사가 사이코패스를 대하는 태도를 본 적이 있는가.
일반적인 '선한 사람'을 대하듯이 하지 않는다.
그들을 대하는 방법이 매뉴얼로 정리되 있고 심지어 그걸 강의를 듣고 공부까지 한다.
나는 형사가 아닌데 그런 것까지 공부해야 하나 생각하는가? ㅎㅎ 네.
나의 소중한 자산을 지키기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악인을 대할 때는 태도가 달라야 한다.
그런 의미로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을 몇 가지 소개한다.
1. 아들 전화번호로 전화가 옵니다.
발신번호를 바꾸는 일은 쉬운 기술이에요.
컴퓨터로 클릭 두 번이면 되는 일이에요.
일단 전화를 끊고 다시 전화를 걸어보세요. 다른 전화기로 걸어보면 더 좋겠습니다.
여러분이 사용하고 있는 카드회사 번호로, 전화가 옵니다.
직접 전화를 걸어보세요. 방금 나한테 전화한 것이 맞느냐고.
네이버에 찾으세요. 대표번호를.
2. 자녀, 친구, 지인 등 아는 목소리로 울면서 전화가 옵니다.
우는 목소리는 AI로 쉽게 만들어 낼 수가 있어요.
생각보다 우는 목소리는 우리 아이인지 아닌지 구별하기 어려워요.
적은 액수를 요구해 의심을 차단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영상통화로도 와요. 실제 인물처럼 말하고, 점점 정교해지는 중이에요)
3. 때마침 주문해 놓은 택배를 찾아가라고 문자가 옵니다.
링크를 걸어서 그것을 누르도록 유도해요.
누르는 순간 당신의 폰에 이름 모를 앱이 다운됩니다.
그때부터 당신의 핸드폰은 당신의 것이 아닙니다.
휴대폰에 있는 각종 은행 어플, 카드 어플, 저장된 연락처, 비밀번호, 카지노톡 친구 목록, 메모장, 사진 등
모든 것을 빼가는데 10분이면 됩니다.
-> 나도 모르게 눌렀다면 "시티즌코난" 앱을 설치해 검사해 보세요. 경찰청이 참여해 만든 보이스피싱 예방 앱으로, 의심 전화, 문자, 악성 앱을 실시간으로 탐지해 피해를 막아줍니다.
4. 우체부가 전화 옵니다
법원 등기 받을 게 있는데 집에 안 계셔서 반송되었어요.
내일 방문할 건데 집에 언제 계세요?
(카드가 배송 중이라고 전화가 오기도 합니다. 주민번호 앞자리, 이름까지 알고 있어요)
막상 기다리면 등기는 오지 않고 다시 전화가 옵니다.
이번에도 안 계셔서 등기 수령을 못했는데 보내주는 링크로 들어가서 그 내용을 확인하라고 합니다.
(카드회사 고객센터 번호를 알려주기도 합니다. 가짜 고객센터입니다.)
그 링크로 들어가는 순간.
여러분은 마련된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5. 기타.
- 엄마, 나 휴대폰 고장 났어 -> 카지노톡, 문자 or 네이트온 메신저로 접근. 평소 말투까지 똑같이 흉내냅니다
- 정부 지원 저금리 대출 가능하다, 기존 대출 상환하면 더 낮은 금리 가능하다.
-> 먼저 일부 금액 입금을 요구해요, '보증료' , '수수료' 명목으로 요구
- 배송 주소 오류다. 결제 완료 되었는데, 본인이 결제한 게 아니면 클릭하라고 유도해요.
- 고유가 피해지원금 대상자 선정되었다. 피해지원금, 혹은 지역화폐 신청하라고 클릭 유도해요.
-> 클릭하면 피싱 사이트 이동, 카드 정보 입력 유도
( * 고유가 피해지원금 : 주민센터 방문하거나, 카드사 앱으로 직접 들어가서 신청해요.
정부는 절대로 문자로 비밀번호나 계좌번호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가짜 링크 누르지 마세요 )
- 고수익 재택 아르바이트, 상품 리뷰만 하면 돈 지급한다.
-> 실제 목적은 계좌, 신분증 정보 확보예요.
해묵은 수법이라 생각하는가.
학교에서 "국사"를 왜 배우는지 아는가.
역사는 반복되기 때문이다.
고전을 알아놓으면 신종이 유추가 가능한 수준이 된다.
한 가지 원리를 정확하게 이해하면, 이후에 진화하는 것은 나도 모르게 유추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내가 올라와 있다.
이 글을 본 당신 한 명이면 충분하다.
당신이 알고, 한 번만 더 확인하면, 누군가는 지켜진다.
오늘도 나쁜 딸은 엄마에게 화를 낸다
태고야, 문자 왔는데 포인트 안 쓰면 사라진데. 뭐 살 수 있다는데?
하지 말라고! 포인트 안 쓴다고 안 죽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