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를 쓰지만 상담원입니다.]

수화기 너머에서

by태고

거기 어디예요?


부산이죠? 대구? 울산?


헤드셋을 끼고 얼굴이 달아오른다.


하하하. 억양이 딱!! 그렇더라고요.

제가 사실은 시집을 부산에서 서울로 왔거든요!!!! 하하하 반가워서요 하하하!!!


고객이 음성이 커지며 웃음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나의 민망함이 그대의 기쁨이 되었으니, 한 사람이라도 기쁘니 그래 다행이다. 하하

전화하는데 얼굴 빨개진 거 누가 보는 것도 아니고, 뭐


" 제가 부산 토박이인데, 연산동에 쭉 살다가 시집을 서울로 왔거든요!!!

00 초등학교, 00 중학교 나왔는데 여기 와서 좀 외롭기도 하고 그랬는데, 억양 딱!! 듣자마자 엇! 느낌이 딱 오면서 너무 반갑기도 하고, 하하하"


고객은 이미 상담 내용은 뒷전이고, 묻지도 않은 TMI 대방출 모드 상태다.


그런데 왜 얼굴은 홍당무가 되어서,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은 걸까.


" 너무 반가워요!! 사무실이 어디예요?? 상담원님? "

" ㅎㅎ 저희 서면에 있어요, 고객님 "

어느새 내가 웃고 있었다.


따뜻하다, 기분이 좋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와 비슷한 사람에게 동질감을 가진다.

외국 나가면 누구나 다 애국자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 동질감이 얼마나 자신도 모르게 그리웠으면,

부산 억양 하나에 반가워 얼굴도 모르는 상담원에게 저리 웃음을 띄며 기뻐하실까,

마음 한구석이 애잔하기도 하면서 그의 얼굴에 스몄을 환한 웃음을 상상하니 좋은 일을 한 것처럼 뿌듯하기까지 하다.


" 하하, 제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저도 모르게 그만, 하하하하 "


갑자기 조금 민망하셨는지, 고객님 음성이 평정을 찾는다.


일을 하다 보면, 업계에선 북한 사람 빼곤 다 만난다 할 정도로 전국 팔도의 고객님들을 다 만나게 된다.


지역별로 글쓴이가 느낀 고객님들의 특색도 다양하다


예시 >
" 어제 포인트 2배, 클릭했는데 왜 추가 적립 안 됐어요? " (카드회사)


* 경상도 - 급하고 직진형, 약간은 화가 많다


-> " 어제 포인트 두 배 눌렀는데예, 와 추가 적립이 안 됩니꺼? "


글쓴이도 경상도인이기에 잘 안다. 시원~시원~ 하고, 쿨하고, 뒤끝은 없다.




* 전라도 - 느긋하고 넉넉하며, 여유로운 편


-> " 내가 어제 포인트 두 배는 눌러놨는디... 이거 추가 적립이 안 붙었어라? "


묘하게 끝이 따뜻하고, 정이 많은 느낌이다.




* 충청도 - 전화한 이유를 말하지 않는다.

** 상담원 센스 필요 多 , 난이도 上






-> " 아니 그… 내가 어제 그걸 하나 눌렀는디… 요새 하는 거 있잖여 "

" ... 어... 고객님, 혹시 포인트 말씀이실까요? "


-> " 내가 어제는 눌렀는디… 오늘 보니께… 그냥 그려… "

" 아~ 고객님 이번에 진행하는 포인트 2배 적립 이벤트 말씀 하시는 거 맞으시죠~ ㅎㅎ "


-> " 그건 맞는디… 숫자가 영… 내가 생각한 만큼이 아닌 거 같어유… ”

" 아~ 고객님, 포인트는 익일 적립이라 오늘 적립되세요. 오후 정도에 한번 확인해 보시면 적립돼있을 거예요. 고객님!! "






전화는 늘 업무로 시작하지만,

가끔은 사람으로 끝난다.

음성에서 전해지는 그 느낌.. 억양의 미세한 떨림. 하하하.. 웃음에서 전해져 오는 당신의 기분. 마음.

지역은 달라도 결국 감정을 느끼는 건 사람이라는 점.

전화선을 앞에 두고,

그대가 어디에 있건 내가 어디 있건


그럴 때면 이 일이,

생각보다 조금 덜 삭막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