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도쿠시마#2

by설빛

여행을 일주일쯤 앞두고 숙소 근처에 눈썹을 닮은 비잔산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얼마나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고 있을지 궁금해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다.


비잔산에 올라가기 위해 로프웨이를 타러 갔다.

티켓을 사려고 안내 데스크에 갔지만 아무도 없었다.

두리번거리고 있다 보니 까마득한 안쪽 방에서 어떤 사람이 느릿느릿 나왔다.


직원인 듯 보이는 그녀는 공허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티켓 사려고 하는데요…”

그녀는 티켓 구매 방법을 알려주었다.

“비잔산 티켓은 4층으로 가야 살 수 있어요.”

그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설명은 충분했지만 어딘가 아쉬운 대화였다.

그녀는 나와 같은 공간에 존재했지만 존재하지 않은 듯이 느껴졌다.

문득 사무실에서 일하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나도 그녀와 다를 게 하나 없었다.

우리는 지금 하는 일 너머의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던 걸까.


감사하다는 말을 사라지듯이 건네고 4층에 올라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바로 앞에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계셨다.

“안녕하세요”

그는 활짝 웃으며 반겨주었고 티켓 사는 방법을 친절하게 안내해 주셨다.

똑바로 시선을 맞추며 설명해 주는 그의 눈은 반짝거렸다.

티켓을 결제가 끝나자 잠시만 앉아서 기다려 달라고 눈을 반달 모양으로 접어 환하게 웃었다.


첫 번째로 도착해서 잠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한 명 두 명 늘어 어느새 대기석이 부족할 정도가 되었다.

그는 내방하는 한 명 한 명에게 안내를 계속했다.


로프웨이가 도착했다.

그는 손에 도장을 쥐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티켓 잠시 빌릴게요.”

그는 티켓에 사용 완료 도장을 꾹 눌러 찍어주었다.

길게 늘어진 줄 사이를 오가는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와 안내 데스크의 그녀를 견주어 보게 된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둘 다 반복적인 일을 계속하고 있을 텐데 무엇이 다른 걸까.

마음가짐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나이 때문일까, 성향의 차이일까.


젊은 그녀는 지금 하는 일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르신은 사소하더라도 다른 사람을 돕는 일에 기쁨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들의 속마음은 알 수 없다.

다만 같은 일을 하면서도 태도가 이렇게나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무심한 얼굴로 기억되고 있을지 모른다.

나도 언제나 누군가를 반갑게 맞이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려면 먼저 내 눈빛은 어땠는지 돌아봐야겠지.

나는 오늘 어떤 눈빛으로 사람들을 대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로프웨이를 타고 산에 올라갔다.

비잔산은 생각보다 가팔랐다.

가파른 산비탈 사이로 도쿠시마 마을이 보였다.

정상에 도착하자 하늘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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