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All-Day-Project (101/365)
4편: 팀, 피자 두 판의 법칙
셋이 불안정한 숫자라면, 더 많은 사람이 모이면 안정될까요? 다섯 명, 여덟 명, 열다섯 명. 팀이라 부를 수 있는 규모가 되면 편 가르기의 긴장은 좀 줄어듭니다. 세 사람일 때처럼 누가 빠지고 누가 뭉치는지가 매 순간 선명하게 드러나지는 않거든요.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릅니다. 규모가 커지면 새로운 문제가 찾아오거든요. 셋의 문제가 구조였다면, 팀의 문제는 연결입니다.
간단한 계산을 하나 해볼게요. 두 사람이 소통하려면 연결선은 하나입니다. 나와 너. 세 사람이면 셋. 나-너, 너-그, 나-그. 여기까지는 관리할 만해요. 그런데 다섯 명이면 열 개, 열 명이면 마흔다섯 개, 열다섯 명이면 백다섯 개가 됩니다. 공식으로 쓰면 n(n-1)/2인데, 공식은 잊으셔도 됩니다. 기억할 건 하나예요. 사람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소통의 연결선이 늘어나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것. 사람을 두 배로 늘리면 소통 비용은 네 배 가까이 늘어납니다.
이게 일상에서 어떻게 느껴지는지는 카지노톡 단체방을 떠올리면 바로 와닿아요. 네다섯 명짜리 방은 대화가 활발합니다. 누가 뭘 말하면 다들 반응하고, 의견을 모으는 것도 어렵지 않아요. 그런데 열다섯 명, 스무 명이 되면 분위기가 확 달라지죠.
대화를 주도하는 두세 명만 말하고 나머지는 조용히 읽기만 합니다. 가끔 누군가 의견을 내도 이미 대화가 흘러가버려서 묻혀요. 결국 "중요한 건 따로 얘기하자"며 소규모 방이 하나 더 만들어집니다. 팀은 커졌는데 실제 소통은 쪼개지는 역설이 일어나는 거예요.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이 문제를 아주 직관적인 말로 정리했습니다. "피자 두 판으로 먹여 살릴 수 없는 팀은 너무 큰 팀이다." 피자 두 판이면 대충 여섯에서 여덟 명. 베이조스는 이 규모를 넘어가면 의사결정이 느려지고, 바카라임이 흐려지고, 사람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게 된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았던 거예요. 그래서 아마존은 거대한 회사이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수많은 작은 팀들로 쪼개져 있습니다. 규모의 힘을 유지하면서 소규모의 민첩함을 잃지 않으려는 선택이었죠.
비슷한 이야기를 다른 각도에서 한 사람이 있어요. 영국의 인류학자 로빈 던바입니다. 던바는 영장류의 뇌 크기와 슬롯적 집단의 크기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걸 발견했어요. 뇌가 클수록 더 많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인간의 뇌 크기로 계산하면 대략 150명 정도가 한계라는 겁니다. '던바의 수'라 불리는 이 숫자는 "이름과 얼굴을 알고, 우연히 마주쳤을 때 어색하지 않게 대화할 수 있는" 관계의 최대치예요.
하지만 150명이 전부 같은 친밀도는 아닙니다. 던바는 이 안에도 층이 있다고 봤어요. 가장 가까운 다섯 명은 정말 힘들 때 새벽에 전화할 수 있는 사람. 그다음 열다섯 명 정도는 슬픈 일이 생기면 진심으로 공감해줄 사람. 오십 명은 정기적으로 연락하는 사이. 그리고 백오십 명이 느슨하지만 관계라 부를 수 있는 범위. 이 동심원 구조가 왜 중요하냐면, 팀의 규모가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협업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에요.
다섯 명짜리 팀은 던바의 가장 안쪽 원과 비슷합니다. 서로의 컨디션이 보이고, 누가 힘든지 말하지 않아도 느껴져요. 회의 없이도 점심 먹으면서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이 규모에서는 구조가 거의 필요 없어요. 서로에 대한 감각만으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다섯 명이었을 때가 가장 좋았다"고 회상하는 거예요. 스타트업의 초기 멤버들이 나중에 회사가 커진 뒤에도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열 명을 넘어가면 풍경이 변합니다. 더 이상 모든 사람의 상태를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없어요. "요즘 저 사람 뭐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점심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되던 공유가 안 되니까 주간 회의를 만들고, 주간 회의에서 다 다루지 못하니까 문서를 만들고, 문서가 쌓이니까 그걸 정리하는 도구를 도입합니다. 일을 위한 일이 생기는 거예요. 협업의 내용보다 협업의 형식에 에너지를 쓰기 시작하는 순간, 팀은 무언가를 잃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이걸 겪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거예요.
"이 회의 정말 필요한 건가?"
"이 문서 누가 읽기는 하는 건가?"
"우리 그냥 일하면 안 되나?"
그 답답함의 정체가 바로 이겁니다. 팀이 커지면서 생긴 소통 비용을 줄이기 위해 만든 장치들이, 때로는 그 자체로 새로운 비용이 되는 역설.
그러면 답은 무조건 작은 팀일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작은 팀은 빠르지만 할 수 있는 일의 범위에 한계가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다섯 명이 만들 수는 없잖아요. 결국 큰 일을 하려면 많은 사람이 필요하고, 많은 사람이 모이면 소통 비용은 피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건 그 비용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비용이 존재한다는 걸 인식하고 현명하게 관리하는 것이에요.
피자 두 판의 법칙이 알려주는 것도 결국 이겁니다. 팀을 크게 만들지 말라는 게 아니라, 큰 조직 안에서도 실제로 함께 뛰는 단위는 작게 유지하라는 것. 작은 원 안에서 신뢰와 감각으로 움직이되, 그 작은 원들이 연결되어 큰 일을 해내는 구조. 말은 쉬운데 실제로 이걸 만드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어느 시점이 되면 개인의 노력이나 소규모 팀의 역학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힙니다. 더 많은 사람이 함께하려면 사람의 선의를 넘어서는 무언가가 필요해져요. 구조, 규칙, 시스템 같은 것들. 다음 편에서는 바로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왜 우리에게 '회사'라는 것이 필요해졌는지, 그리고 그 구조가 협업에 어떤 의미인지.